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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Aug 09. 2024

폭우 맞으며 학교 운동장 축구


tv를 본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간이 수영장을 설치하느라 끙끙거리는 연예인들이 보였다. 

스톱! 

비다. 


                                                    © lucidistortephoto, 출처 Unsplash


그리고 흐르는 음악이 리모컨을 내려놓게 한다.

이 음악은 못참지.


https://youtu.be/4GZhTXT40W4?si=Fo2rM1ZzFnK1kvIv


비와 음악이 어우러지니 추억 속으로 날아간다.



국민학교 5학년, 부산 좌천국민학교. 이석규 담임선생님이시다.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기로 하고 편을 나누었다. 공을 차기 시작했는데 비가 내린다. 실비다. 우리 선생님은 시합을 계속하게 한다. 우리는 점점 물에 빠진 생쥐가 된다. 비가 거세진다. 저 멀리 운동장 단상에서 교감선생님이 그만하고 들어가라고 손을 흔든다.


우리는 이미 젖었다. 비 오는 날 운동장에 우리 반만 남았다. 흙투성이 친구들도 웃음 가득이다. 우리 선생님은 축구 경기를 끝까지 진행시킨다. 교감선생님은 화난 표정으로 들어가셨다. 우리는 박수를 치며 흠뻑 젖었다. 모두 뛴다. 달린다. 공이 어디 갔는지도 모르게 우르르~ 그날의 시합 결과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교감선생님의 그 무거운 표정과 흔드는 고개짓만 남았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과 우리 반 친구들의 환하고 밝은 웃음만 남았다.


그날 이후 비만 오면 흠뻑 젖고 싶다. 그 시원함이 어린 마음에도 좋았나 보다. 흙투성이가 되어도 엄마에게 혼나도 좋았다. 비가 우리 마음을 씻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묵은 스트레스도 다 가져갔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운동장을 누비던 추억은 오랫동안 삶의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학교생활을 다해도 이석규 담임선생님만큼 오래 진하게 기억되는 선생님은 없다.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날을 선물해 주신 선생님이 보고 싶다.


스치는 TV의 한 장면에 하던 일을 멈추고 소파에 앉아 멍하니 추억하며 비를 그린다. 12살 나의 국민학교 5학년! 비 오는 날 옴팡지게 폭우 속에서 운동장에서 축구해봤나요? 안 해봤으면 말을 마세요... 너무 좋았다고요.


이담에 기술이 발전되면 타임머신 타고 가고 싶은 순간이다.

 비! 

오늘은 안 오나? 


비닐하우스 앞에서 우리 밭에서 미친 척 온몸을 적셔보고 싶은데 말야... 에이~ 하늘이 너무 맑다




#폭우 #축구 #국민학교 #5학년  #글쓰는피아노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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