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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y 12. 2024

어른 연습


비 내리는 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7080 올드 팝송을 재생한다. 조용한 발라드 한 곡은 그 시절 그 순간으로 직행 타임머신을 타게 한다. 중학교 때 조용필 오빠를 찾았고 캔디 만화에 훌쩍이며 테리우스를 상상했다. 빨간 머리 앤은 언제나 주근깨 상냥한 그 모습 그대로인데 나의 친구들과 나만 늙어가는 중이다. 영원히 사는 영생을 가진 건 신뿐만 아니라 로봇 태권 V와 슈퍼맨, 은하철도 999의 철이도 영원하다. 그 시절 그 추억을 지난  나이는 꼬박꼬박 세월 따라 더하기를 하는데 마음은 더하는 나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골골 감기가 들어도 하룻밤 자고 나면 개운하게 툴툴 털었는데 이젠 병원을 다녀오고 1주일은 약을 먹어야 근근이 낫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점점 약해지는 내 모습을 인정하며 친해지는 과정이다. 어제의 나를 기억하고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아주버님 칠순잔치라 온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아주버님이 속한 밴드까지 합세하니 동네잔치가 된다. 오랜만에 만난 친인적은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가라앉아 적당히 주름져있다. 나도 그럴 것이다. 돌아가며 부르는 노래 선곡은 젊은 지난날의 추억이 가득하기만 하다. 신혼 초에는 엄마 아버지 노래가 노티 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노래가 익숙하고 편해진 나이가 되어버렸다. 


하나같이 건강하자고 건배를 하며 한 잔 꺾고 재미있게 지내자고 서로를 보듬으며 젊은 날의 에피소드를 쏟아낸다. 늘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언제나 깔깔 호호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기성세대. 할아버지 할머니로 불리는 나이가 되었다. 

바로 이럴 때 좀 더 정신 차리고 어른이 되어야 한다. 갑자기 주어진 어른이라는 타이틀은 연습 없이 다가왔다. 


어른으로서 시간을 야무지게 사는 방법은 뭘까?

돈과 시간은 비슷해서 무조건 쓰지 않고 아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껴서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후에 없는 삶'을 원한다면 단순한 시간 절약이 아닌 시간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것에 시간을 할애하다 보면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른 연습의 오유경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과거는 지난 시간이라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상상의 세계라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소유한 시간은 흘러가는 현재의 찰나 순간뿐이다. 찰나들이 모여 초 단위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현재를 만들어간다. 아주버님 칠순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나도 그 나이가 될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 인생인가? 질문하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 


가장 소중한 가족들과 사랑하며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사는 소박한 꿈을 꾸게 된다.  대통령이 된다거나 법관이 되고픈 옛 소망은 생각도 나지 않는 곳에 묻어 두었다. 앞으로 건강하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자고 건배하시는 아주버님의 건배사가 이젠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만족하며 재미있게 살고자 욕심도 미움도 다 버린다. 내일 또 어떤 마음이 올라올지 모르지만...


오늘은 소확행

다음날 다가오는 오늘도 소확행

또 그 다음날의 오늘도 소확행

그러면 사는 맛나겠다.


어른이 된다는 건 매일의 소확행을 감사하는 지혜로움을 가지는 것이다. 


난 어른 연습중이다.  

날마다. 




                                                      © xtruh_terrestrial, 출처 Unsplash






#소확행  #어른연습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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