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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잠결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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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y 21. 2024

"할머니가 자꾸 따라와~" 3편


아무리 달래도 진석은 점점 공포스러운 얼굴로 내 가슴으로 파고든다. 어린아이가 얼마나 힘들까 싶어 아무 일 아닌척한다. 울다 지쳐 잠든 아이를 안고 아이 방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왼쪽 팔로 팔베개를 하고 오른손으로 어깨를 토닥인다. 밖은 어두워진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밤 같다. 우르를~쾅~ 소리에 자던 아이가 움찔한다. 침대 위 초록 시계를 쳐다본다. 6시 32분이다. 남편에게  전화 롤 시간이다. 일어날까 하다 잠든 아들의 얼굴을 쓰윽~ 쓰다듬었다. 점점 오그라들어가는 얼굴이다. 


"엄마~" 흐릿하게 부른다

"진석이 안자니?"

"아니 자~" 

 "그래 푹~자" 잠결 대화다.

"엄마 가지 마 옆에 있어~" 

"그래 있을게~ "

"진석아 꿈꾸면 엄마 불러~ 알았지"

"엄마 할머니 보여?"

"아니~ 보이니?"

"응"

진석이 얼굴과 몸이 차가워진다. 

이불을 더 덮어준다.

아이 얼굴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할머니 왜 자꾸 날 따라와요? 나 할머니 무서워요~" 사그라 들어가는 진석이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진석아~~진석아~ 꿈꾸니?"

"할머니가 날 불러~"

"엄마~ 도대체 어린애한테 왜 그러는 거야~"

"엄마 할머니가 할 말이 있데"

"무슨 말"

"침대 밑을 보래"

"침대 밑? 어떤 침대?"

"내 침대 밑을 보래"

잠든 아들과 잠결 대화는 언제나 한겨울이다. 아이 몸이 추운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진석이 깰래?"

"아니 할머니가 께지 말래"

"할머니가 어딨어?"

"내 옆에 앉아 있어"

"침대 옆에 있어. 엄마를 보고 있어"

놀래서 고개를 들어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초록 시계가 6시 35분이다

"진석이 일어나~"몸을 흔든다

"엄마 할머니가 침대 밑을 보래"

"알았어 일어나"

"할머니 엄마한테 말했어"

"엄마 할머니가 전해달래 사랑한다고..." 아이의 말이 사라지는 안개처럼 흐리다

"할머니 이제 오지 말라고 해"

"이제 안 온대 침대 밑을 보래 자꾸 보래"

"알았어"


"엄마 이제 진석이한테 오지 마 사랑하는 손주잖아 " 점점 방안이 더 차가워진다.

진석이 입에선 입김이 하얗게 새어 나온다.


"할머니가 안녕이라고 말해~"

"그만해"

"일어나~ 진석아~"

"이제 깨라, 진석아~진석아~"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얼굴이 새파랗다.

아일 흔들어 깨운다. 눈을 안 뜬다. 

볼을 꼬집는다. 눈을 안 뜬다. 

벌떡 일어나 아들을 안았다. 축 처져있다 

아들의 눈엔 선 눈물이 주르륵~ 뚝하고 떨어진다. 

"진석아~~진석아~~일어나~ 일어나라고~~정신 차려~~제발~~"

"엄마~" 아들이 실눈을 뜬다

"진석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번쩍~ 번개가 치고 있다. 6시 38분.

아일 꼬옥~ 가슴에 안고 등을 토닥인다. 아들 몸이 점점 따스해지고 있다.

휴~우~  안도.


아이와 잠결 대화를 나눌 때면 언제나 아들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다.

정말 죽은 자를 보면 주변이 한 겨울처럼 된다던데 진석이 꿈이 사실인가? 엄마가 진짜 왔나? 싶다.

아이가 눈을 뜬다. 지쳐있다.

웃는다

"엄마~ 할머니 갔어. 이젠 안 온대"

아이가 웃는다

"진짜? 안 온대"

"응 침대 밑을 보래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온 거래"

진석이 목소리가 밝다. 

"그래 그래~"


핸드폰이 울린다. 아일 안고 거실로 나온다. 삐쩍 마른 몸의 아들은 1학년 아이 중에 제일 작고 마른 몸이다. 

거실 소파 위 핸드폰에 '내 짝꿍'이라고 글씨가 뜬다. 남편이다. 

"전화 받을래? 아빤데"

"아빠~"

아들이 전화를 받는다

"나 치킨 먹고 싶어" 뭘 먹고 싶다는 이야길  안 하는 아이 입에서 뭔가 먹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래 아빠가 주문해 줄게. 어떤 치킨?"

"뿌링클 순살  그리고 콜라 그리고 치즈볼" 지친 아들 입에서 먹을 걸 술술 말한다

"좋았어. 아빠 20분이면 도착하거든 주문하고 바로 집에 가져갈게, 조금만 기다려~"

핸드폰 사이로 남편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얼마 만인가?

진석이가 뭔가를 먹고 싶어 하다니... 오랜만에 나도 활짝 웃으며 아들을 안는다

"엄마 숨 막혀~" 진석의 맑은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아들을 쳐다본다

아직 눈물이 다 마르지 않았는데 입가에 웃음이다

눈을 마주 보고 멈춘다

아이 눈에서 초점이 맑다

아무 말 안 한다

"엄마 걱정아 이제 할머니 안 온다고 했어"

"그래 그래~"

두 팔을 벌렸다. 진석이 품으로 들어온다.



7시 15분

삑삑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진석이 달려나간다. 나도 따라 나간다

남편의 손엔 치킨과 콜라가 들려있다. 삐쭉 삐져나온 포장지 사이로 갈색 생맥주가  보인다. 

남편과 눈인사를 하고 씩~ 웃었다.


얼마 만에 밝은 식사를 하는가? 진석이 손 씻으러 간다. 

머릿속에서 침대 밑을 보라는 말이 쟁쟁하다. 남편에게 잠깐 사이 아들과 잠결 대화를 알려준다. 침대 밑을 보라는 말도 전달한다. 

"가보자 침대로~"

 콧노래를 부르며 손을 씻는다. 꼼꼼한 녀석은 유치원 때부터 손을 씻을 때면 배운 대로 손가락 하나하나 씻는 아이다.

남편과 일어나 아이 방 침대로 향한다. 방에 불을 켜고 무릎을 꿇고 침대 밑을 내려다본다. 어둡다. 핸드폰 손전등을 켠다. 침대 아래를 비춘다.


어느새 진석이가 방에 들어와 있다. 우리 셋은 고개를 숙이고 침대 밑에 빛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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