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 슬립 영화나 드라마가 유행한 적이 있다.
환갑을 지나면서 친구들이 모이면 아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자신만큼 고생하며 살아온 사람이 없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장편 10권 분량은 된다고 한다.
그때는 모르니까 용감했고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다.
2008년 졸업생은 4명인데 식품과 현수(가명)와 축산과 기철(가명)이는 상태가 좋아 일학년 때 통합반에 완전 통합 시켰다. 현수는 전공을 따라서 과학대학 식품조리 계열로 진학했고, 기철이는 다른 지역에서 중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학생들에게 시달린 경험이 많아 마음의 상처가 있었으나, 잘 적응하여 혼자 독립하여 천안 연암대학 축산계열로 진학했다.
부모님께서 매주 얼마나 열성으로 관심과 격려를 해 주셨는지 짐작을 한다. 성실하고 착하여 벌점도 없고 2학년 때는 전국기능경기 대회도 참여했고 운 좋게 일본 연수 기회도 있어서 기철이가 다녀왔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혼자 다니는 것이 눈에 밟혔으나 스스로 일어서는 과정이라고 믿고 기다려 주었더니 결국 우뚝 서서 연암대로 합격해서 독립해 갔다.
2007년과 다른 교육 과정 내용은 요가와 컴퓨터를 시작했다. 3월에 방과 후 수업을 계획할 때 여학생들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태권도를 덜 좋아하는 것 같아서 요가를 하기로 하였다. 웃음 요가원 원장 선생님과 자격증을 가진 보조 선생님 두 분이 직접 오셔서 3층 구 도서실에서 매트를 깔고 요가를 지도해 주셨다. 12월 겨울방학 전까지 하였는데 기억나는 것은 영혼이 맑은 학생들과 너무 많이 웃어서 가르치신 선생님들도 환하게 웃고 나면
“오히려 너무 좋았다.”라고 하셨다.
명상도 하고 일일이 자세를 교정해 주니 척추 측만이 있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많이 도움이 되었다.
컴퓨터 교육을 고민하다가 ‘KT 서포터즈’에 대한 정보를 듣고서 재활협회에 직접 부탁하였다. 처음에는 재활 협회까지 가야 수업을 해 준다고 했으나, 정보실 이용 시간을 조정하고 학교 경영하시는 교장 선생님을 설득하고 수, 금 일주일에 두 번 우리 학교 4층 정보실에서 워드와 파워 포인트 중심으로 역시 12월 겨울방학 전까지 수업을 해 주셨다.
KT 서포터즈는 보라색 차량과 보라색 유니폼을 입고 팀장님을 비롯하여 네 분이 점심시간 후반부에 시간도 정확하게 오셔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우리 반 학생들을 거의 일대일로 가르쳐 주시니 효과도 좋았고 특히 그분들은 장애인, 노인들을 많이 가르쳐 주셔서 그런지 천천히 재미있게 잘 가르쳐 주셨다. 태권도와 달리 가지 않고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훨씬 효율적으로 수업 구성을 할 수 있었는데 학부모님들의 도움이 컸다.
우리 반 학부모님은 한 분 한 분 상담해 보면 모두 학생들을 피눈물로 키우신 분들이라 마음이 이해되었고, 학부모 간담회 때 “학교 운 영위원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한 분이 성큼 용기를 내어 운영위원이 되어 주셨다. 그 이후 우리 반 예산 문제라던가 학교 행사 등 여러 가지로 알게 모르게 큰 힘이 되었다.
원예과 여학생 예진(가명)이와 지현(가명) 이는 항상 명랑하고 휴지도 잘 줍고 인사도 잘하여 교내에서 선생님들이 “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즐겁니?” 하며 맛있는 것도 주시고 하굣길에 차도 태워주시고 귀여움도 많이 받았다. 둘 다 어린아이들을 좋아하고 표정도 밝고, 집에서 사랑도 많이 받아서 남에게도 무엇이든지 잘 주는 스타일이었다. 예진이는 꼼꼼하고 성실히 챙기는 편이며 처음에는 부끄러움이 많아 어느 정도 친해져야 얘기하는 스타일인 반면에, 지현이는 각 학년 교무실과 교장실을 기웃거릴 만큼 배짱도 좋은 학생이었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들께 너무 문자 메시지를 많이 날려 곤란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모임에서 과학대학에서 보육교사 일 년 과정이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의 학생도 있는데 잘 다녀서 어린이집 보조 교사로 취업했다고 들었다. 여름방학이 되었을 때 학부모님들이랑 과학대학 보육원 원장님께 상담하러 갔는데, 원장 선생님께서 중학교 때 은사님이셨다. 원장 선생님은 보육 교사 과정은 일 년 동안 방학도 없이 9시부터 5시까지 수업이 빡빡하며 실기가 별로 없어서 재미없고 힘들 것이라며 차라리 유아교육과를 다니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셨다.
유아교육과 커리큘럼을 보니 종이접기, 풍선공예, 유아 영어, 피아노, 아동 미술, 아동 심리, 실용 한자 등 우리 학생들에게 삼 년 동안 체계적으로 배우면 지적으로도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일단 결석하지 않고 수료하면 유치원교사 자격증은 힘들더라도 보육교사 자격증이라도 받게 되면 취업에 훨씬 유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시에 원서를 내며 정리해 보니 예진이는 일 학년 때 독서 감상문 우수상을 탔고, 삼 학년 때 SK 텔레콤 경북대회에서 타자 부문 도전상, 경북 재활 협회에서 주관한 ‘1% 재활정보 찾기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지현이는 2학년 때 청소년의 달 모범상을 받았는 것을 첨부해서 보내니 운 좋게도 모두 유아교육과에 향토 장학생으로 합격하였다. 졸업식 때 둘 다 우경 장한 학생상 상패를 받았고 지현이는 담임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공로상도 수상하였다.
고등학교 시절 3년 동안 한 반에서 서로 매일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형제처럼 의지하고 집도 방문하고, 대학교도 같은 과에 앞으로 3년 동안 같이 다니게 되니 정말로 진짜 친구가 된 것 같아서 기뻤다.
학부모님 얘기를 들으니 처음에는 실수도 곧잘 하고 준비물 챙기고 강의실 찾아다니고, 준비물이 많아 사물함에 미리 챙겨서 준비하는 것도 벅찼다. 이젠 미리 준비하고 학교 셔틀버스도 잘 타고 온다고 하였다.
나는 빈 강의 시간에 식당에 가서 미리 점심 사 먹고 저녁 6시까지 강의 듣고 대학 생활하고 통학하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아이들에게 칭찬 많이 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라고 하였다.
지현이는 나에게 전화나 문자를 자주 보내는데, 여름방학 때 ㅇㅇ시에 장애인 복지관이 생겨서 예진이랑 봉사 활동도 가고, 청소년 수련관에 가서도 했고, 전공에 맞게 동산 유치원에 가서도 봉사활동을 하여 둘 다 일 년 봉사시수 32시간을 이미 다 채웠다고 자랑하였다.
어느 순간 콩나물이 자라듯이 매일 조금씩 손톱만큼씩 자라서
3년이란 시간이 지나면 예쁜 숙녀로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