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을 하며 저에게 삶의 모델이 되고 멘토처럼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본받고 싶은 사람, 헬렌켈러가 한 말은 정말로 명언입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불편할 따름이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그것을 수용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나름대로 자신에게 맞는 행복의 빛깔을 찾아갑니다.
일본 최초의 자폐 공무원 테츠유키의 동생이자 스승인 마사쯔구가 한 말 ‘가르쳐 준다는 것은 무조건 다 해주고 돌보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도록 말없이 기다려주고 용기를 주는 것이다. ’ 그 말은 교사로서 저 자신을 항상 돌아보게 해 주는 말입니다.
살고 있는 J시에서 지역 만기가 되어 타 지역 J읍의 여중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작은 학교라 3학년 한문도 맡게 되었고 상담 업무도 있어서 정신없는 3월이 지나고 어느 정도 새 학기에 익숙해지니 우리 반 학생들이 세밀히 눈에 들어옵니다. 교실의 팻말은 도움반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것이 마음에 안 들어 우리 반을 미소반이라고 부르고 미소반 맘이라고 저 자신을 소개합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고 안 그래도 인상 쓰면 예쁘지 않은데, 일부러라도 '방실방실 웃으라'라고 미소반이라고 합니다.
학기 처음에 우리 반은 4명이었는데 연말까지 두 명이 더 늘어나 6명이 되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볼수록 하나하나 색깔 있는 개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3학년 1반의 순희는 글씨를 모르고 말은 안 하고 고개로만 Yes, No를 표현합니다. 잘 씻지를 않아서 머리에 비듬이 하얗고 교복도 자주 세탁을 안 해서 지저분합니다. 그렇지만 먹는 것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몫은 말은 안 해도 슬그머니 잘 챙겨 갑니다.
2반의 선미는 글씨는 아는데 문장의 내용은 모르고, 받아쓰기 글씨를 예쁘게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고집이 세어서 통합반에 잘 안 들어가려고 합니다. 3반의 수애는 가정 형편상 철이 일찍 들어서 거의 통합반 수업을 들어가고 우리 반 학생들을 잘 챙겨주는 착한 학생입니다.
6월 수학여행 후 일련의 사건 후 담임선생님이 의뢰하여 들어온 2학년 명희는 나름대로 가치관이 뚜렷하여(?) 처음 우리 반에 들어와 다른 학생들을 제압하려고 해서 저와 많이 부딪쳤습니다. 그 당시는 저를 화나게 많이 했지만 지금도 연락하는 것을 보면 그때도 관심을 더 받고 싶어서 그랬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1학년 소정이는 가정 형편상 **원에서 다른 학생들과 생활하는데 지적으로는 3학년 언니들보다 높고 생활의 잔꾀도 있고, 물건에 대한 욕심도 있어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계속 일으켜 저의 관심을 집중시켜 꾸중 또한 많이 들었습니다. 사춘기여서 부모에 대한 불만이 있으나 아이돌 가수로 관심을 집중시켜, 점심시간에는 컴퓨터로 뮤직비디오를 보며 춤추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늦게 들어온 3학년 1반의 지수는 3월 초부터 모든 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루빨리 특수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거부로 안 하다가 제가 전화드린 후 상담하고 우리 반에 입급 되었습니다.
지수는 땅을 보고 걸으며 혼자 딴 세상의 학생처럼 행동합니다. 교과서를 살펴보면 모든 글자의 ㅇ와 ㅁ에 빨간색으로 색칠하고 공부 시간에 가끔씩 혼자 웃고 중얼거립니다. 우리 반에 오기 전 오래 결석을 하여서 담임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해 보니 마당이고 집안이고 발 디딜 틈이 없이 정리가 안 되어있고, 간호사 하는 둘째 언니를 제외하고 어머니, 큰 언니, 작은 언니가 모두 집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전화로 현재 “지수가 학교에서 이러이러한 상태이고, 이럴수록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며, 특히 지금 성적으로는 원하는 고등학교에 갈 수 없다.”라고 상담드리니 어머니께서 동의하셨고, 특수교육센터에 진단을 의뢰하여 그 결과 정서 장애로 판정되어 우리 반에 마지막으로 합류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지수가 총명한 학생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끼리 수업할 때 혼자 저쪽 끝에 떨어져 앉아 있지만 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컴퓨터를 배우고 미니홈피 꾸미는 것, 체험 학습할 때 끝 마무리를 깔끔하게 잘하는 것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언제 저 학생은 마음의 응어리가 다 풀릴까? 마음만 안 열었지 저 학생은 열정이 가득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며 안타까웠습니다.
면사무소의 복지사와 상담하여 인근 J시의 청소년 수련원의 상담사가 학교를 방문하여 주 1회씩 면담하며 총 10회기를 상담해 주시기로 하였습니다. 계속 상담을 받으면서 지수는 조금씩 표정이 살아나고, 우리 반에 와서도 꼭 필요할 때는 말을 하였습니다.
"선생님! 컴퓨터로 음악 듣고 싶어요."라든지
"오늘 만든 것 집에 가지고 가고 싶어요." 이런 말을 하며 서로가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하면 학생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까 고민하는데 방과 후 활동 공문이 왔습니다. 바로 전의 학교는 전문계 고등학교여서 꽃바구니, 비즈, 제과제빵, 중장비, 압화, 풍선공예 등 전문가 선생님들이 많고 복지관의 직업수행 능력 향상 프로그램도 받아서 비교적 직업교육이 잘 되었고 방과 후도 학교별로 연합하여 진행하였습니다.
그때 효과가 좋아서 이곳 J중의 선생님께 문의드리니 방과 후는 단독으로 하시겠다고 하셔서 연합 학습은 안 되겠고,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게 하고 싶어서 J시의 청소년 자립센터에서, 스포츠 댄스, 요가 등을 교습하는데, 매일 한 시간 수업 하면서 J읍까지 차도 운행해야 하고 수당이 너무 적다면서 완곡히 거절하였습니다.
글씨를 배우는 지적인 학습을 수업 시간에 해도 지겨울 텐데, 방과 후는 학생들이 좋아하면서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하다가 수공예 체험 학습 위주의 수업을 하면 직업기초 능력도 신장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특수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교육을 통한 자립과 사회통합이라고 볼 때, 각 학생의 능력과 적성에 적합한 직업 교육의 기회 제공은 당연한 특수교육의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과제 수행을 통해 눈과 손의 협응 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자신의 창조성을 가미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욕심을 내어 보았습니다.
교육의 목표는 너무 거창할지 몰라도 작은 작품 하나라도 작품 완성을 통해 작업 능력과 미적 감각을 향상하며, 적성에 맞는 기능과 소질을 계발하여 직업인으로서 기초적 자질과 능력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교육 내용은 다양하게 손으로 작업하는 활동 중심으로 나무 공예, 종이 공예, 한지 공예, 리본 공예, 비즈 공예, 입체 공예, 도자기 공예, 천연화장품 만들기, 천연 염색하기, 아트 북 만들기, 입체 공예 등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교수 방법은 간단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여 지도하며 실습시간에는 도구를 안전하게 다루도록 하고, 매월 첫 시간은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여 물 끓이기, 풀 만들기, 글루건 사용등이 많아서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지도를 하였습니다. 가능한 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하여 학생 중심의 수업이 되도록 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자기 나름의 무늬나 글씨를 넣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흥미, 발달 단계 및 개인차를 고려해 비록 어설프더라도 자기 나름의 창작 활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평가는 직업적 예비 기능에 대한 판단의 준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과제에 대한 이해력과 수행 능력을 평가하였으며, 결과물에 대한 평가 외에도 작업 시간 내의 과제에 대한 주의 집중력, 도구의 사용, 손 기능, 작업 속도, 처리 과정 등을 기록하여 직업 선택의 기초적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결과는 간단히 ○, △, ☓로 표시하였습니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