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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Sep 04. 2022

내 아이의 첫 이별을 함께 견디는 중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 같은데 항상 후회가 남는다

18개월

드디어 단유를 결심했다.

젖꼭지에 밴드를 붙이고, 아이가 찌찌를 찾을 때마다 이제 찌찌 빠빠이야~ 찌찌 없어 저~ 기 갔어 를 반복하고 있다.

이해를 하던 못하던 이젠 되돌리지 않으려 한다.

실컷 먹고 또 양치는 하고 주무신다고

어제는 울며 잠들고, 새벽에 깨서 또 한 시간을 울길래 목이 마를 것 같아 같이 거실에 나갔다가 한 시간 동안 치즈 네 장, 비타민 젤리 두 개를 먹고 물도 한 컵 크게 마시고 겨우 돌아와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다 4시쯤 겨우 다시 잠이 들었다.

오늘도 아이는 계속 칭얼대고 찌찌를 찾았고, 젖은 계속 불어서 가슴은 아팠지만 우리 둘 다 잘 참아냈다.

어제보단 조금 더 수월하게 잠들었는데, 새벽에도 깨지 않고 쭉 자면 좋겠다.


내 작은 아이의 첫 번째 이별이 잠잠히 진행되고 있다.



같은 아파트 사는, 교회 언니네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신랑에게 오빠의 오래된 친구가 전화가 왔다.

명절 앞두고 벌써 전화를 돌리나? 싶었는데 전화를 받는 신랑의 표정에 당황이 묻어난다.


나와 신랑의 모 교회 장로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우리의 고등부 시절 선생님이셨고,

내가 스무 살, 신랑이 말년휴가를 나왔을 때 교회에서 공부방을 운영하시며 우리를 만나게 해 주셨던 분이다.

(나는 중학생, 오빠는 고등학생들 감독을 하면서 친해지게 됐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시작에 큰 영향을 미친 분이고

우리의 20대 교회생활에 뺄 수 없는 스승님이시다.


결혼하고 모교회를 떠나며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연락도 못 드렸구나 싶으니 마음이 갑갑하다.

언제나 큰 산 같았던 선생님이 이렇게 가실 줄이야..


큰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또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장례식이 많아지는 요즘.

마음이 복잡하고 어렵다.



어른인 나도, 수없이 해 본 이별이지만 어렵다.

내 작은 아이는 지금 얼마나 힘들까?

젤리보다 초콜릿보다 우선이었던 찌찌와의 준비 없는 강제 이별을 당하는 중인 나의 소중한 아기.

아이를 위함이라 변명하지만, 사실 내 삶의 질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컸고, 통증 때문에 욱- 단유 할 거야! 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래도 아이가 울고 뒤집어지면 내가 힘든 게 먼저인 못난 애미.


내일은 이별 중인 아이를 좀 더 따뜻한 표정으로 안아줘야겠다.


태풍이 심하지 않아야 할 텐데..

퇴근 후 포항까지 왕복하려면 내일은 좀 더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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