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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Aug 27. 2022

아직은 내가 너에게 1등인 지금.

그래도 젤리보다 더 좋아하는 건 여전히 이해가 안 됨

모두가 깊이 잠든, 오늘에서 내일로 넘어가는 새벽시간.

매일 나는 잠을 깨고 나의 잠을 깨운 검은손과 기싸움을 한다.


시팔 시팔이 절로 나온다는 18개월의 한 중간에 있는 나의 사랑스런 둘째.

형아 덕분에 젤리도 초콜릿도 아이스크림도 과자도 다 섭렵했지만, 이 아이에게 최고는 여전히 [찌찌]


12개월부터 단유를 시도해서 6개월 동안의 성취는 [밤수(자면서 새벽에 수유하는 것)를 끊었다는 것] 뿐이다.

이젠 잘 나오지도 않는, 맛도 없을 모유에 집착?하는 아이가 버겁기도 하고 이해도 안 가지만 언젠간 끊겠지 싶어서 그냥 두고 있다.

요즘처럼 아플 땐 미디어에서 찬양하는 그런 모유의 효능이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달라는대로 더 주기도 한다.

감기만 걸렸다 치면 천식 소리를 내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 네뷸라이저를 피하지 못하니 그렇게 써먹기도 한다.


그러나 밤수는 이래저래 끊는 게 좋다고 해서 단호하게 노- 했더니 아이도 우리의 룰을 이해한 것 같다.

(낮에는 깡패처럼 당장 내놓으라고 멱살을 잡고, 꼬집고, 울고 뒤집어지지만 밤에는 눈치 보고 좀 울어보다가 안 주겠다 싶으면 그냥 팔베개하고 잔다)


12시~2시 사이,

조금만 길어도 뾰족뾰족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통통하고 작은 손이 내 옷 속을 파고든다.


조심 조심

배에서 천천히 명치까지 올라오다가

손톱에 찔려 잠이 깬 내가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게 손으로 막는다.

그 순간. 우리 둘의 눈이 마주친다.


갑분 함박웃음?!

본인도 머쓱한지 눈웃음을 치고는 억지로 눈을 꼬옥 감고, 손도 다시 반쯤 내린다.

하지만 손을 바깥으로 빼지도 않는다.


그렇게 30여분을 올라갔다, 막혀서 내려갔다 반복하다가 다시 잠이 든다. (내 잠은 다 깨우고..)



첫째도 소위 말하는 [완모아기] 였다. (분유 없이 모유만 먹은 아기)

친한 주변 엄마들부터 지나가시던 모르는 할머니들에게까지 인정받은 [참젖]인 나는 (아기가 젖만 먹고도 통통, 뚱뚱해서) 아이에게 좋다고 하니 굳이 분유를 시도하지 않았고, 15개월을 꽉 채워 먹고 내가 서운하리만치 쿨하게 단유를 했다.


첫째의 찌찌 사랑도 지극했어서, 주변 엄마들이랑 장난처럼 군대 가서도 수통에 모유 먹을 것 같다고, 전쟁 나도 나는 유축해서 애한테 보내야 한다며 깔깔거렸었는데 단유를 마음먹자 기다렸단 듯이 보내주는 첫째가 고맙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그래서 단유에 대한 걱정은 전혀 안 했는데..

세상 극강의 단맛, 짠맛을 다 보고도 세상의 전부인 듯 찌찌에 집착하는 둘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유를 시도할 때, 액젓이랑 국간장을 발라본 적이 있는데 먹어보고 푸푸 했다가 다시 물었다가 어쩔 줄을 몰라 엉엉 울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아이를 보고 내가 포기를 했다.


이렇게 두면 커서도 곤란한 상황이 오기도 한다며 얼른 단유 하라는 걱정 어린 시선들이 적지 않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내가 조금 단단해진 건


결국 아이는 자신의 스텝대로 자란다


는 믿음이 생겨서이다.


찌찌는 쿨하게 보내줬지만, 잠잘 때 유독 힘들어해서 작년까지만 해도 자다가 내가 몸에 닿지 않으면 촉감도 구분해서 벌떡 잠에서 깨시던 분은

이제 잠들면 동생이 소리 지르고 굴러서 배 위로 지나가도 모르고 주무신다.


언제쯤 육퇴 후 넷플릭스 한 편 마음 편히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둘째가 없었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다.


그래서

기다린다.

주변의 걱정을 빙자한 간섭에 흔들리지 않고.


항상 두 번째인 둘째에게 미안했는데,

이런 순간엔 항상 미숙했던 첫째에게 미안하다.


이러나저러나 미안하고 사랑스러운 내 아들 둘, 그리고 털북숭이 아들(고양이)과 따닥따닥 붙어서 에어컨을 틀었지만 따뜻한 여름밤 다시 자야겠다.

내일은 주말이고, 워킹맘의 주말은 코피 터지게 바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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