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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공돌이 Nov 12. 2022

달러가 강력한 내재가치를 가진 이유

신용 화폐(fiat currency)의 원리

달러도 금 태환이 폐지된 이후로는 비트코인처럼 내재가치가 없다는 오해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달러는 왜, 어떻게 본질적 내재 가치를 유지하는지 알아보자.


금 태환 시절 중앙은행은 금을 사는 방식으로 달러를 발행했다. 누군가 금을 중앙은행에 주면 중앙은행은 대신 달러를 인쇄해서 주었다. 중앙은행은 금을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누군가 달러를 다시 가져오면 금을 돌려주었다. 즉 달러는 종이에 표시한 금 소유권 같은 것이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달러는 금을 담보로 한 화폐였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금 태환이 폐지된 지금, 중앙은행은 금 대신 무엇을 사면서 달러를 발행할까? 무엇을 살 수 있는지는 미국 의회가 법으로 정하는데 이는 1 금융 채권과 미국 정부에서 발행한 국채다. 혹시 더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에 Fed balance sheet 검색하면 나온다.


1 금융은 중앙은행과 직접 거래하는 은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같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같은 국책 은행이 있다. 저축은행, 카드사, 대부업체 같은 2 금융 이하 기관들과 다르게 1 금융은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따르며 사이즈도 상당히 크다.


중앙은행은 금 대신 '1 금융이 발행한 채권'을 사면서 돈을 발행한다. 다르게 얘기하면 달러는 1 금융 채권을 담보로 한 화폐다. 1 금융 채권은 1 금융이 중앙은행에서 빌려 간 돈이니, 1 금융이 어떤 자산으로 이 돈을 갚을 수 있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 1 금융도 대부분의 자산을 채권으로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우리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가면 우리은행은 철수에 대한 채권을 자산으로 가지게 되고, 철수의 주택을 담보로 확보하게 된다. 중앙은행은 1 금융 채권을 담보로, 1 금융은 철수의 주택을 담보로 가지고 있으니 중앙은행은 사실상 철수의 주택을 담보로 달러를 발행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더 쉬운 설명을 위해 상황을 가정해보자. 금 태환 시절 중앙은행에 달러를 가져가서 금을 돌려받았듯이, 낭만공돌이가 중앙은행에 달러를 주고 달러의 담보물인 1 금융 채권을 받아왔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낭만공돌이는 받아온 채권으로 1 금융에 "돈 갚아"라 한다. 그러면 1 금융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철수한테 "나도 돈 갚아야 해서 그런데 돈 갚든지 아니면 집으로 주든지 해" 한다. 철수는 당장 돈이 없어서 대신 1 금융에 집을 주고, 1 금융은 이 집을 낭만공돌이에게 주어 채권을 갚는다. 낭만공돌이가 달러를 중앙은행에 가져갔더니 집을 받았다! 즉 달러는 철수 집을 담보로 발행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물론 1 금융은 주택뿐 아니라 개인의 미래 소득(신용)이나 자동차 등을 담보로도 대출해준다. 이 경우 개인의 신용이나 자동차를 담보로 달러가 발행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중앙은행은 1 금융 채권 외에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발행한다. 미 국채는 미국 정부의 세금 징수권을 담보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생산물의 일부를 세금으로 가져간다. 그러니 미국 국채는 엔비디아에서 생산하는 그래픽 카드 일부부터 텍사스 유전에서 나오는 기름의 일부, 철수가 받는 월세의 일부까지 미국 내 모든 경제적 산출물을 담보로 하고 있다. 달러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고 있으니, 결국 달러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생산 시설과 생산품을 담보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달러가 무너지기 위해서는 1 금융이 돈을 이상한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잘못된 담보로 빌려주어 채권이 부실해지거나, 미국 연방정부가 국방/치안/징수 능력을 상실하는 방법밖에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대표적으로 1 금융이 이상한 담보로 돈을 빌려준 사태였다. 그리고 그때 1 금융을 구제해 준 이유는 중앙은행 창고에 있는 1 금융 채권이 부실화되면 달러 가치도 함께 부실화되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은행가 부자들 배를 불리려던 것이 아니다. 여기까지 요약하자면 달러는 미국이 생산하는 모든 것과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가치 생산수단을 담보로 하는 화폐이다. 누구나 뉴욕 아파트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유권, 휘발유, 그래픽 카드가 금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금 태환 때보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담보력과 내재가치가 높은 화폐이다.


그러면 달러는 우리나라 화폐 같은 다른 나라 화폐에 비해 특별한 점이 있을까?


있다.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예측 가능한 구조와 관련이 있다. 미국은 건국하신 분들의 천재적 설계 때문에 초기 그리고 수정 헌법이 타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권력은 분립이 되어 있다. 중국이나 기타의 나라처럼 민중 권력이 사유재산을 마음대로 강탈하거나 러시아나 그리스처럼 쉽게 혁명이 일어나기도 힘든 구조이다. 게다가 50개 연방 체제로 한 주가 힘들어져도 다른 주가 버틸 수 있는 분산 포트폴리오도 잘 짜여있다. 강력한 국방력은 내부 혁명뿐 아니라 외부 침략에도 안정성을 지켜 준다. 권력으로부터 사유재산권 보호와 침략에 최후 보루로 모두가 총기를 소유할 수 있기도 하다. 이 모든 안정성과 더불어 미국의 막대한 가치 생산이 달러를 지탱하고 있다. 말은 많지만 그래도 아마 현존하는 가장 안정적이고 담보력이 강한 증권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따라서 달러는 아무런 담보가 없는 비트코인과는 전혀 다른 증권이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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