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 하면 하고 싶다
18세기, 지금은 독일 권역인 프로이센 왕국에 대흉작이 들자 프리드리히 대왕은 구황작물로 감자를 보급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당시 감자는 "맛이 없어서 개도 안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가난 때문에 힘든 서민들에게 감자까지 강요한다는 반발이 생겨났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결국 감자를 먹자는 캠페인을 포기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귀족과 왕족이 아닌 사람은 감자 먹는 것을 금지한다는 칙령을 내린다. 실제로 도시와 밭 곳곳에 경비병을 두어 감자를 지키기까지 했다. 그러자 감자는 일약 귀한 고급 음식이 되었고 프로이센 전역에서 평민들은 감자를 훔치고 몰래 키우고 약탈까지 하면서 감자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보급이 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출산 정책에 백조원 이상을 쓴 것이 출산에 도움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되었을 수 있다. 귀족도 없고 왕족도 없는 이 시대에 선망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정부가 내놓는 내러티브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출산 정책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는 "낳으면 손해지? 그 손해 우리가 보전해줄게" 이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감자를 먹으라 했던 캠페인이 오히려 감자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킨 것과 닮은 꼴로 나라를 위해서 개인적 손해를 감수하고 애를 낳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내러티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국가가 돌볼 테니 애를 낳으라는 이야기부터 멈췄으면 좋겠다. 애는 돌보려고 낳는 거 아닌가? 그 즐거움에 낳는 거 아닌가? 모든 사람에게 애를 낳으라 하지 말고 어떤 사람들이 애를 낳는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인지 얘기하면 좋겠다. 극단적 예로 "애를 많이 낳는가 적게 낳는가 문제가 아니다. 누가 낳는가가 문제다. 나머지 분들은 적게 낳아주셔서 오히려 감사하다." 이렇게 메시지를 내보자. 그러면 많은 사람이 애를 키우는 flex를 인생 목표로 세울 것이다. 어차피 출산율 더 못 떨어진다 생각하고 과감히 발상의 전환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