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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Jan 24. 2024

집안일이 쉽다고? 뭐든지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나도 해보기 전에는 몰랐다...

예전 같았으면 연말 행사들과 연초 업무 준비로 바쁠 시기다. 지금 내가 바쁜 것은 다른 이유다. 육아휴직을 하고 육아 대디 및 살림남이 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여유 있을 것 같아서 부럽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육아 대디의 하루는 휴직 전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바쁘다.


오늘도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까쥬스를 만든다. 당근(Carrot), 양배추(Cabbage), 사과(Apple)로 만드는 까쥬스(CCA)가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에게 요즘 유행이란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까쥬스를 만드는 아내를 보조해 당근껍질을 벗기고, 사과를 손질한다. 쥬스를 다 만든 아내는 분주히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나는 설거지를 하며 돕는다. 요리하는 것을 돕고 싶지만, 아쉽게도 나는 아직 요리에 서툴다.


아이들 식사 거리 준비를 마친 아내가 시간에 쫓기며 서둘러 출근한다. 집을 나가는 아내를 배웅하는 상황이 아직도 가끔 어색하다. 아내가 바쁜 아침 시간에 신경 써서 아침 식사를 챙기는 이유는 둘째 아이 때문이다. 매일 복용하는 약이 식욕을 떨어뜨려 점심을 거의 먹지 않으니 아침을 꼭 든든히 먹어야 한다.

 

아내가 출근한 후 잠시 내 시간을 갖는다. 아침마다 명언을 만년필로 쓰고,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공유한다. 육아휴직 이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취미 생활인데, 좋은 문장을 전해줘서 고맙다는 지인들의 격려에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다.


7시 반 아이들을 깨운다. 잘 일어나지 않을 땐, 내가 듣고 싶은 대중가요를 방안에 틀어놓는다.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가장 많이 틀었는데, 어느 날 아이들이 바람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스스로 더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옷매무새라도 정돈해본다.


아이들이 일어나면, 밥 먹이고, 옷 입히고, 머리빗질까지 한 후 2호와 함께 등교한다. 1호는 이제 컸다고 얼마 전부터 친구들과 학교에 간다. 2호는 자기도 이제 혼자 학교 갈 수 있다고 떼쓸 때가 많다. ‘아이들과 함께 등교했던 행복한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면 조금 슬퍼진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오늘은 수요일이어서 평소보다 조금 더 바쁘다. 매주 화요일, 수요일은 아이들이 수영 강습을 가는 날이면서 매주 수요일, 목요일은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일이기 때문이다. 2호가 학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와서 아파트 주차장으로 간다. 차량을 학교 앞 공원 주차장으로 옮겨놓는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바로 수영장으로 이동하는데, 하교 시간에는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설거지, 청소, 빨래를 한다. 쓰레기는 일주일 만에 왜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 2번 왕복해야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끝마친다. 진공청소기를 집 안 구석구석 돌리고, 물걸레 청소기에게 물걸레질을 부탁한다. 얼마 전 아내에게 물걸레 청소기는 내 소울메이트라고 했더니 그냥 웃었다. 난 진심이었다. 가끔은 진짜 물걸레 청소기가 고맙다.


집안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간단히 점심을 먹고 아이들 학교로 간다.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다녀온 후 간식을 챙겨주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저녁이 되고 아내가 집에 온다. 아내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한숨 돌린다. 예전에 아내가 “당신 퇴근할 때만 기다려요.”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마음을 이제는 알겠다.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선남선녀가 둘이 좋아서 연애한다. 둘 사이엔 사랑이란 감정이 생기고 그 마음은 커진다. 결혼하면, 서로에게서 몰랐던 부분을 보게 되어 당황하기도 한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면, 두 사람의 사랑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정말 많은 것이 변한다. 2시간 마다 깨는 아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도 부족하고, 부부만의 시간도 갖기 힘들다. 천사 같은 아이는 한없이 예쁘지만, 육아는 강한 체력과 끊임없는 관심을 요구한다. 그 어떤 직업보다도 어려운 일이 현실 육아다. 하지만 힘들어도 소중한 이 시기를 부부가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낸다면, 부부는 사랑 이상의 동지애를 나눌 수 있다. 부부는 진정한 삶의 동반자로 거듭나게 된다.     


아직도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들이 가끔 있던데, 그런 남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집안일이 쉽다고? 뭐든지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나 역시 육아휴직을 통해 아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집안일이 하면 태가 안 나고, 안 하면 태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세탁기에 넣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빨래가 넣을 때도 옷감에 따라 구분해야 하고, 세탁 후 말려야 하고, 예쁘게 개서 서랍에 넣어야 하는 것을 알았다. 청소기도 청소를 해줘야 하고, 건조기도 먼지 망을 자주 씻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설거지도 그릇을 닦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엌 바닥에 기름때도 신경 써야 하고, 씽크대로 닦아야 한다. 화장실이 깨끗한 것은 아내가 매일 청소를 했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 


남편들이여, 돈을 벌어주는 것으로 남편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것은 남편의 역할 중 일부분이다. 가정에서 남편의 자리는 훨씬 더 크다. 아내와 아이들은 당신이 더 많이 필요하다. 아내가 집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깨끗하고 따뜻한 집과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화목한 가정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그리고 육아와 가사를 적극적으로 아내와 함께하자. 아내보다 더 많이 한다면, 정말 멋진 남편이자 아빠다. 그렇다고 너무 인정받으려 하지는 말자. 당신이 체력은 더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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