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삭둥이의 생일, 사랑으로 채워진 하루

소중한 순간, 칠삭둥이의 생일

by 지영그래픽

칠삭둥이의 생일, 사랑으로 채워진 하루

7월 21일, 오늘도 태양은 작열하듯 뜨거웠습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무더위 속에서도 제 마음 한구석은 왠지 모를 따스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바로 오늘이, 이 뜨거운 계절에 제가 세상에 첫울음을 터뜨린 날이기 때문입니다.

생일 아침, 습관처럼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생일 축하한다, 우리 아들."이라는 따뜻한 덕담에 이어 어김없이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엄마가 너를 출산할 때 달수를 채우지 못해서 항상 미안하다." 매년 되풀이되는 이 말씀은 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네, 저는 칠삭둥이로 태어났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세상으로 나온 작은 아이. 어쩌면 그 시절, 미숙아로 태어난 자식이 혹여 병으로라도 잘못될까 노심초사하셨을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그 불안감은 오죽했을까요? 아마도 저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당신의 모든 정성과 사랑을 쏟아부으셨을 겁니다.
밤낮으로 저를 보살피며 기도하셨을 엄마의 젊은 날이 눈앞에 선합니다.

그 깊은 사랑과 헌신 덕분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 쉬고 살아갈 수 있음을 알기에, 미안하다는 엄마의 말씀은 오히려 제게 감사함으로 다가옵니다. 그저 늘 건강하시고, 오래도록 부모와 자식으로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이 삶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뿐입니다.

엄마와의 따뜻한 통화를 마치고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저를 반기는 것은 내 아내와 하나뿐인 외동딸 아이의 밝은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식탁 위에는 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정성 가득한 만찬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어묵우동은 마치 포근한 엄마의 품 같았습니다. 쫄깃한 우동 면발과 부드러운 어묵, 그리고 시원한 국물이 더해져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습니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맛은 어떤 고급 요리보다도 제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알록달록 고운 색을 뽐내는 잡채. 얇게 썰어 아삭한 파프리카와 투명한 당면이 어우러져 눈으로도 즐겁고 입으로도 행복한 맛이었습니다. 서툰 솜씨지만 아빠를 위해 한 가닥 한 가닥 정성껏 볶아냈을 딸아이의 손길이 느껴져, 젓가락을 들기가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이 모든 음식에 담긴 딸아이의 깊은 사랑이 제 마음에 따뜻한 온기로 번져갔습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바로 판다 케이크였습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판다 얼굴을 한 케이크를 보는 순간,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새하얀 크림 위에 까만 귀와 눈, 코, 입이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행복을 선사했습니다.

옆에는 작은 아기 판다 모형이 서 있고, 푸른 대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케이크 받침까지, 딸아이의 섬세한 배려와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케이크를 자르기가 아까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판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무더운 7월의 한복판, 제 생일은 이렇게 두 여자, 저를 낳아주신 엄마와 제가 낳은 딸아이의 깊은 사랑 속에서 따뜻하게 저물어갔습니다.
엄마의 미안함이 담긴 사랑, 그리고 딸아이의 서툰 듯 정성 어린 사랑. 그 모든 것이 모여 저의 오늘을 더욱 특별하고 감사하게 만들었습니다.

삶은 이렇듯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작은 행복들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 사랑을 마음에 품고, 저 또한 주변에 더 많은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오늘 밤, 사랑스러운 판다 케이크처럼 달콤하고 포근한 꿈을 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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