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강원도 군부대 막사의 검은 그림자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1994년, 혹한의 강원도 인제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전방의 공기가 뼈를 에는 듯 차갑던 그 겨울밤, 우리는 모두 낡은 막사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상병이었고, 짬이 애매해서 이등병과 일병 사이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밤 10시가 조금 넘어 소등이 되었고, 막사 안은 오직 복도 끝의 작은 비상등 하나에 의지한 채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밤이었다.
새벽 2시쯤이었을까, 희미한 인기척에 눈이 번쩍 뜨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복도 끝에서부터 뭔가가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키가 꽤 크고, 검은 천 같은 것에 온몸을 휘감은 형체였다. 처음에는 잠이 덜 깬 탓에 선임이나 다른 부대원이 화장실에 가는 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형체는 발소리 하나 없이 미끄러지듯
다가오고 있었다.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 형체는 우리 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점점 더 가까워지자 그 정체가 조금씩 드러났다.
검은 장막 아래로 길게 늘어진 손가락이 보였고, 마치 뼈만 남은 듯 앙상한 손이었다.
형체의 머리 부분은 어둠에 가려져 있었지만, 마치 해골의 윤곽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내 옆 침상에 누워있는 이등병의 위로 서서히 다가섰다.
이등병의 얼굴 위로 드리워진 검은 형체는 한동안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나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 형체가 이등병을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공포를 유발했다.
잠시 후, 형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미끄러지듯 사라져 버렸다.
다음날 아침, 나는 어제 본 것을 이야기했다.
놀랍게도 나 혼자만 본 것이 아니었다.
내 맞은편 침상에 누워있던 후임과 멀리 떨어진 다른 침상에 있던 선임까지, 여러 명이 그 검은 형체를 보았다고 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나타나, 특정 병사의 얼굴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다 사라진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그 검은 형체를 목격했다.
괴롭히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매번 침상 위로 다가와 얼굴을 내려다보는 그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공포로 남아있다.
그 막사에는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아직도 그 검은 형체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다만,
모두가 잠든 새벽, 어두운 막사 안에서 조용히 걸어 다니던 그 검은 그림자의 공포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악몽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