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소풍
빗물로 쓴 인생의 서(序)
서해바다, 비 오는 날, 갈매기, 인생의 철학 사색의 시간
소풍 가는 날, 예고 없이 비가 내렸다. 잿빛 하늘 아래 서해 바다는 맑은 날과는 또 다른 깊은 감성을 자아낸다. 넓게 펼쳐진 젖은 모래사장 위로 수많은 갈매기 떼가 작은 점들처럼 모여 있다. 그들은 세상의 시선이나 궂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삶의 터전에서 묵묵히 제 시간을 살아간다.
사람들 역시 그러하다. 우산을 받치고, 혹은 그저 빗물을 맞으며 해변을 거닐고,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마치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 같다. 비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오늘을 채워나가는 사람들.
인생도 이 바다와 같다. 때론 맑고 찬란하지만, 때론 비바람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갈매기가 파도 앞에서 날갯짓을 멈추지 않듯, 사람은 어려움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가장 흐릿하고 불투명한 날에 오히려 가장 선명한 나 자신을 마주하는 법이다.
"모든 비는 멈춘다. 그리고 모든 멈춤은 다시 시작을 위한 숨 고르기다."
이 비는 소풍을 멈추게 한 불청객이 아니라, 삶의 진실을 속삭이는 메신저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