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난잡기(4)

솔즈베리 대성당 그리고 스톤헨지,

by Kayden
IMG-6940.jpg

영국은 일명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시 한 번 락다운에 들어갔다. 모든 가게들은 문을 닫은 것이 대부분이고, 프랜차이즈 지점들이나 돈이 좀 있어서 그런지 드라이브 스루나 테이크 아웃을 지원하고 있다. 당연스럽게도 스포츠나 문화생활은 모두 할 수가 없게 됐다. 3주 뒤 영국 의료 쇼크가 온다고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사실 정작 주변에 그런 느낌이 없어서 잘 못 느끼겠다. 그래도 조심은 해야겠지. 타국에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고국에서 죽어 마지막으로 고춧가루를 남긴 채 세상에 가고 싶다. 그게 한국의 정신 아니겠는가. 매울 '신'.


할 것이 하도 없어서 매일 집에서 아내와 루미큐브만 하다가 차를 타고 어디라도 다녀오자고 찾은 곳이 솔즈베리이다. 거리는 사는 곳에서 두 시간 남 짓. 영국에서는 운전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단 자리가 반대라서 거리유지도 어렵고, 여기 특유의 로터리가 많아서 눈치 껏 운전을 해야 사고가 안 난다. 여하튼 그렇게 집에서 솔즈베리를 향해 우리 도요타 출신의 야리스 '요다' 와 함께 액셀을 밟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차 이름을 잘 지었어. 요다라니.


솔즈베리는 두 가지가 유명하다. 하나는 솔즈베리 대성당. 하나는 스톤헨지. 솔즈베리 대성당에 대해 잘은 모른다. 사실 연구를 하며 여행을 다니는 편은 아니다. 대부분 그렇지 않나 싶다. 한국에서도 유적지나 절에 가도 세워져 있는 설명 판넬을 읽기보다 기념품 점을 먼저 찾고, 부적 하나 먼저 쓰는 그런 아주 단순한 한국인이다.



IMG-4826.jpg

솔즈베리 대성당은 다시 두 가지가 유명하다. 하나는 마그나카르타 원본. 또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그리고 막 유명한 건 아니지만, 그 시대의 향기를 담아 디자인 된 하늘을 찌를 듯한 고딕. 마그나 카르타는 쉽게 얘기하면 귀족이 왕에게 우리 권리가 이런 것을 인정하라 라고 언급한 문서인데, 나중에 근대 헌법을 만드는 뿌리가 되었다고 한다. 약간 뭔가 목적 대비 이미지 세탁이 된 부분은 있는 거 같다. 원본은 전 세계에 3개만 남았고, 그 중 하나가 여기 솔즈베리 대성당에 모셔져 있다. 나머지 두 곳은 어디인지 써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부는 고딕 양식 답게 매우 화려하다. 창으로 찌를 듯한 성당의 모습과 무엇보다 내부 회랑이 극도로 화려하다. 아마 당시 교회의 힘을 나타내지 않나 싶다. 석조로 구성된 내부는 화려하지만 매우 정갈하다. 지독하게 수학적이다고 해야하나. 대칭과 비율에 신경 쓴 것이 모르는 내 눈이 봐도 느껴진다. 그래서 화려하지만 사치스러운 느낌없는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는 시계처럼 생기진 않았고 그냥 태엽과 추로 만들어진 자동기계이다. 말 그대로. 자동한다. 근데 딱히 뭐 새로울 건 없다. 나는 가벼운 여행객이다. 난 그 시계보다 런던의 빅벤이 더 좋더라. 근데 빅벤은 지금 공사중이다. 원래 유럽은 본연 그대로 남겨 그 세월을 느끼도록 하지만, 빅벤만큼은 이제 숨이 턱 끝까지 찼는지 공사에 들어갔다. 하여간 이 시계는 생기기도 못생기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똑딱 소리가 한 번씩 나는데 그게 전부다.



IMG-4925.jpg

이어서 이동한 곳은 스톤헨지. 기원 2000년경 쯤 만들어졌다는 전설의 고인돌 패밀리이다. 용도는 사실 모르지만 천문이라는 설도 있고, 그냥 제사용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알 순 없고, 당시 석기시대에 이런 큰 돌을 사람이 세웠다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일 뿐이다. 나도 신기하기는 했다. 당시 나같은 덩치가 많았나 싶지만 그래도 쉽지는 않았을 텐데 저걸 사람 손으로 다 세웠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리고 그걸 시킨 족장일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걸 시키는지.


사실 스톤헨지를 방문하며 정작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솔즈베리 대평원이다. 스톤헨지를 가는 길부터 대평원이 펼쳐진다. 사진에 보이는 저 푸르른 잔디가 평원 위에 쭉 깔려있고, 2차선 도로가 그 가운데를 가로지른다. 도로를 달리며 아름답다고 느낀건 정말 오랜만이다. 눈이 탁 트인다. 스위스를 갔을 때 느낀 산맥의 툰드라 보다는 아니지만 어째뜬 정말 아름답다.


날씨가 추워서 가고 오는길 총 4시간, 여행 5시간으로 가성비가 50%정도 되는 드라이브를 마쳤다. 사실 여행이라기보다 드라이브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도 좋은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정리가 하나도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퇴고는 없다. 퇴고하면 너무 자괴감에 빠질 것 같아..

작가의 이전글일상난잡기(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