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서 이젠 벗어나고 싶어.
나는 생업이 있다. 나쁘지 않은 직업이다. 하지만 글을 써 본다는 것과 그를 내 또 하나의 길로 여겨보고 싶다는 작은 꿈이 있었다. 생각보다 실천이 어려웠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항상 일기검사를 하니 하루에 하나씩은 썼던 것 같다. 근데 이제 나이가 반 칠십인 가운데 하루에 하나를 써보려 하니 도통 몸이 실천을 돕지 못한다. 아마 천성이 게으른 탓일 거다.
영국에는 공부 차 와서 이제 2년의 시간 중 반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슬럼프가 찾아왔다. 시작의 때는 설레는 이국에 대한 감정, 앞으로의 나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초심은 바래지고 그렇게 슬럼프는 왔다. 잘 생각해보면 슬럼프라는 단어로 꾸며낸 게으른 자신일 것이다. 하루하루 게임과 유튜브, 넷플릭스 등 시간을 죽이기 위한 행동이 이어졌다. 일을 하다 공부를 시작한 나에게 뭔가 여기에서의 하루는 길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웃기지 않을 수 없다. 작은 꿈이었던 유학의 목표는 이루어짐과 동시에 하나의 과거가 되어버렸고, 그 목표에 도착한 나는 그대로 그 자리에 또 침잠하고 있었다. 다음의 이정표를 찾기 보다는 유학생활에서 살아남자는 서바이벌 정신때문인가. 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저냥 살았다. 그 유명하다는 유명게임을 13시간을 즐겼다. 눈이 피곤했고, 어느 순간 즐거움 자체도 느끼지 않은 채 그냥 밥을 먹으면 그렇게 노트북에 앉아 게임을 구동했다. 즐겁고 싶다라는 욕구로 켰던 이 게임은 어느 순간 게임을 위해 즐거움을 유도하는 기형적 대상이 되었다. 내가 게임 계급이 상승한다고 내 인생이 달라질 것은 아닌데도, 그렇게도 한날 한날을 길게도 투자했다.
이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웨일즈로 떠났다. 작은 우리 승용차에 살림의 반 가까이 되는 것들을 싣고, 그렇게 우리는 엑셀을 밟았다. 자연이 펼쳐졌다. 괴테는 말했다고 한다. 독일은 도시가 아름답고 영국은 시골이 아름답다. 살면서 웨일즈를, 그렇게 차량으로 돌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영국의 서부, 웨일즈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운 채색이 모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동경하는 침묵과 고요의 감정도 그 시골에서는 느껴졌다. 광활한 평원에 편안히 풀을 뜯는 양들.
웨일즈에는 영국의 척추라는 스노든 마운틴이 있다. 우리에게는 스노우도니아라고도 한다. 나는 여기에서 속으로 아차! 하고 말았다. 일단 물론 지난 탐닉의 시간 덕에 체력도 바닥이었던 것은 당연하다. 다만, 지나가난 영국인들의 모습에서 난 내 인생에 당장의 브레이크가 시급하단 것을 깨달았다. 지나가는 영국인들에게서 특출날 것들은 없었다. 그냥 그들은 반바지에 등산화, 사랑하는 강아지와 함께 산을 올랐다. 하지만 그렇게 오르는 평온의 모습과 스노든 산에 푹 감싸여 느끼는 안정감이 나로 하여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지금 이순간 내가 하고 싶었던 하루에 글 하나, 라는 목표를 다시 시작했다. 꼭 누군가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이 글을 쓰며 내 스스로 명상하고 인생을 복습하며 반성해 나가는 그 발판으로 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