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생을 B과로 보내려고 합니다.”
이 문장은 발표되는 순간부터 정상적인 인사 문장이 아니었다.
그건 문장이 아니라 소리였다.
소리 중에서도, 뭔가 뚱뚱한 물체가 세네갈 어딘가에서 미끄러지며 추락할 때 나는 둔탁한 소리.
정확히 말하면 A과와 B과 과장 둘이 서로 책임을 밀어내다 생긴 공백 속으로,
내 등이 터져나갈때 나는 소리였다.
이리 튕기고, 저리 튕기다가
결국 제일 안 좋은 곳.
그러니까 지옥불 방향으로 정확하게 낙하하는 소리.
중도에 모여 앉은 인간 셋이
—양아치 같은 표정으로, 없는 머리를 쥐어짜 가며—
“이게 최선입니다”라는 얼굴로 만들어낸 최소한의 인사 방안이
결국 나 하나를 집어던지는 구조였다는 걸
나는 그 순간 알아버렸다.
새해부터 아주 다이내믹했다.
새해 인사는 없었고, 대신 이유가 있었다.
A과 과장은 자기 와이프가 사무관 승진시험을 봐야 하니
내 자리를 내놓으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나는 튕겨 나가는 쪽이 되었으며,
B과 과장은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보이는 역할”을 맡았다.
명분도 물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명분은 빠지지 않는다.
“사서자격증을 가진 실무자가 B과에 필요해서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잠깐 내 귀를 의심했다.
뭐, 샤갈을 처먹는 소리인가 싶었다.
나만 사서자격증을 가지고 있나?
도서관에 사서자격증 없는 인간은 애초에 뽑지도 않는데,
이걸 명분이라고 들이민다는 건
대가리에 총을 맞았거나,
아니면 이미 맞고도 계속 출근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게다가 이 말을 하는 인간들이
공무원 생활 30년 이상을 했다는 사실은
이 나라 행정의 깊이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인성의 바닥이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 결과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는
문장도, 논리도 없이
딱 한 문장만 떠다녔다.
"양아치 새끼들."
속이 밴댕이 속알딱지보다 좁은 인간들.
자기 자존심 하나 건드리면
인사권이 아니라 사람을 휘두른다고 착각하는 인간들.
왜 내가 왔는데 마중을 안 나오냐고 묻는 인간들,
출근했는데 왜 “오셨냐”는 말을 안 하냐고 서운해하는 인간들.
—퇴근할 땐 집에서 누가 말이라도 걸어주냐?—
그래서 뉴스에 나오는
비리, 폭행, 기행 공무원들이
사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걸
제발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 와중에
‘장’이라는 교수 직함을 달고
제일 위에 앉아 있는 인간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나이는 어려도
양아치 기질 만렙인 두 과장과 찐친모드다
워낙 잘 구워삶아 놓은 탓에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이상한 공무원 똘아이 트랙을 타고
헤리까리 흔들리고 있었다.
수업은 잘하나 모르겠다.
보고 있자니 대학이란 곳도 결국
돈 버는 자본주의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식이 있다고 교수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하나,
경이로운 점은 있었다.
쉬지 않고 말을 한다는 것.
저렇게 말하다가는
"내장이 튀어나와 죽겠다" 싶을 정도로 말을 하는데,
그건 진심으로 존경했다.
그러니 수업시간에도
지 노가리 풀면서 돈 벌면
본인 만족도는 최상일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아주 사소했다.
새해에 팀별 점심을 하자는 A과장 제안이 있었고,
나는 개인 사정으로 그날 참석하지 못했다.
딱 거기서부터였다.
그날 오후,
A과장이 와서 말했다.
“너를 B과로 보내려고 한다.”
나는 속으로
‘뭐? 씹어먹어도 당치도 않은 새끼야?’
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그는 멋쩍은 웃음으로
“자료개발에 팀장이 비어서”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이게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내가 사람 취급에서 빠져나가는 순간이라는 걸.
그리고
이후의 일들은
전부 너무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게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