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생각보다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래를 두려워하던 밤에 대해

by uswoong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수많은 불안과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만가지 걱정을 다 한다.

작은 과거 하나가 내 머릿속에서 눈덩이처럼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느리지만, 점점 커지고 속도까지 붙는다.
그렇게 작은 과거는 어느새 거대한 걱정이 된다.


나는 그 걱정을 해결할 방법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걱정도 결국 상상이니, 상상을 깨뜨리는 방법 역시 또 다른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내가 이렇게 대응하면 해결할 수 있겠지.’

그런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린다.
그러다 보면 진이 조금 빠진다.
한숨을 쉬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대체 미래라는 게 뭐냐고.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이제는 조금 귀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이야기가 떠오른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기억만 남아 있으며, 미래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지금만 있을 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디선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떠오른다.

맞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다.

미래나 꿈, 희망 같은 것이 어떤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오직 현재를 끊임없이 발명해 나가는 존재라는 생각.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걱정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미래는 존재하지 않으니, 그저 하루하루 현재를 열심히 살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생각이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사람이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생각을 멈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본다.
어쩌면 지금의 이 걱정을 해결해 줄 기억이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까.

지금도 이처럼 많은 걱정을 하고 살고 있지만, 사실 고등학생 때는 그보다 훨씬 심했다.
그때는 걱정 때문에 몸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시절이 지나고, 스물다섯쯤 되었을 때 처음으로 걱정을 정면으로 마주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 하나 깨달았다.

나는 생각보다 걱정을 마주했을 때 꽤 잘 버티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 상황을 견디고, 지나가게 두고, 심지어는 그 시간을 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보다 많은 걱정이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걱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어딘가 이상하게 들리지만,
돌이켜 보면 걱정은 소망만큼이나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허탈한 다행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이렇게 생각한다.

걱정을 마주하는 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일단 마주하기만 한다면 나는 생각보다 잘 버텨내는 사람이라고.

다 괜찮을 거다.

지금 걱정하는 미래가 정말로 온다 해도,
우리는 아마 생각보다 잘 대처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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