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보다 인간적인 항의
“...또한 내가 보기에는 가장 무례한 말, 가장 무례한 편지라도 그냥 침묵을 지키는 것보다는 더 선의에 차 있고 더 예의 바른 것 같다. 침묵이란 일종의 항의다.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삼켜버리는 것은 반드시 성격을 망쳐버린다.
그것은 심지어 위장을 상하게 한다. 침묵하는 자들은 모두 소화불량증 환자다.
따라서 나는 거친 표현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가장 인간적인 항의의 형식이며, 나약함이 지배하는 오늘날 최고의 덕목 중 하나다.”
— 프리드리히 니체
시대를 불문하고 침묵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늘 존재해왔다.
어떤 사람들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고, 어떤 사람들은 괜히 분위기를 흐리고 싶지 않아서 말을 삼킨다.
하지만 그렇게 삼켜진 말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마음속을 맴돈다.
니체는 그런 침묵이 오히려 인간을 병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차라리 거칠더라도 말로 부딪히는 편이 더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풍경이 특정 시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자이 오사무 역시 자신의 책 『만년』에서 이렇게 적었다.
“청년들은 언제나 진정으로 논의하지 않는다. 서로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지 말아야지 하고 최대한 조심하면서, 자신의 신경도 소중히 감싼다.”
— 『만년』, 민음사, 127p
서로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하다 보면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상태가 어느새 예의와 성숙의 태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성숙이라기보다 그저 갈등을 피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조심스럽게 침묵하는 것보다 조금 서툴더라도 말로 부딪히는 편이 더 정직할 때가 있다.
생각을 말로 꺼내는 일은 때로 무례해 보일 수 있지만
적어도 자신의 생각을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