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감에 대하여

by uswoong

근 몇 주간 ‘소속감’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은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내 삶 속에서 체화해야 할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소속감은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어딘가에 속해 있다.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사람들마저도 예외는 없다.
예를 들어, 나는 내 가족의 일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러운 소속일 것이다. 혹 부모가 계시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한 세계에 속해 있는 존재다. 지역이나 국가에 속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세계’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큰 책임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쓰다 보니 나중에 등장시키려던 단어가 먼저 나왔다.
나는 책임감은 소속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세계가 없다고 믿는 사람은 어떤 책임도 느낄 필요가 없다. 그 사람에게는 오로지 자기만의 좁은 세계만 존재할 뿐이다.

소속감을 하나의 원으로 상상해 보면, 원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하나가 다른 하나를 포함하기도 한다.

친구와 술집에 들어갔다고 해보자. 친구와의 관계라는 하나의 원이 있고, ‘특정한 술집’이라는 또 다른 원이 생긴다. 두 원이 한 공간 안에서 동시에 존재하면 집중력이 분산된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다른 테이블의 소리나 분위기에 신경이 쓰이는 것처럼.

그래서 연인들은 사적인 공간을 선호한다. 둘만의 선명한 원을 만들어야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와의 관계에 몰입하고, 그 관계 안에서 책임감이 충만해지는 상태. 그게 ‘둘만의 세계’가 갖는 힘이다.

물론 이것은 연애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옆에 휴대폰을 두는 상황도 같다. 책이라는 세계에 몰입하고 싶은데, 휴대폰이라는 또 다른 세계가 바로 옆에서 나를 당기면 두 원이 겹치며 집중은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앞서 연애 이야기를 꺼냈으니 조금 더 이어가보자.

많은 사람들이 연애를 시작하면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느낀다.
연애 이전에 우리가 소속감을 느끼는 곳이라고 해봐야 직장이나 집 정도다. 때로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고 느끼며 허무감에 젖기도 한다.
‘세계’라는 개념은 너무 크고 추상적이어서, 내가 속한 곳이라고 실감하기 어렵다. 심지어 비관적으로 보면 공상에 가까운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연애를 하면, 기존에 내가 발 딛고 있던 세계보다 더 넓은 곳을 살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누군가를 통해 세상에 다시 발을 딛는 기분을 느낀다. 단순히 ‘연인 관계’라는 소속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라는 큰 원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면서 세상이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혹시 자신이 속한 세계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생각이 건강하지도, 사실과 가깝지도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 감각에서 빨리 깨어날수록 좋다. 반드시 깨어나야 한다.

아무런 책임감 없이 사는 삶은 생각보다 유쾌하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소속의 일부이며,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삶은 분명 더 단단해진다.

각자가 속해 있는 원을 떠올리고, 거기서 비롯된 책임감을 느끼며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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