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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기적 Oct 06. 2024

간호사도 사람입니다

갑질하는 환자에게

어제의 일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고 화가 난다.


사건의 개요는 이러하다.

이틀 전 coccyx SCC로 내원한 환자의 수술이 있었고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동시 수술이었는데 피부과 수술 동의서가 작성되어있지 않았다. 그 환자는 첫 수술이었다. 피부과 레지던트한테 수술 동의서를 언제 받느냐고 하니 8시까지 외래로 내려달라고했다. 첫 수술은 8시에 출발해야했다. 옆에 어머니 분이 계셨고 환자가 수술 내려갈 동안 어머니분이 내려가서 동의서를 받고 수술실로 가서 대기하시라 설명드렸다. 이 말도 두 번 반복함.

보호자는 알겠다고 했고 갑자기 스테이션으로 나와 그 시간보다 일찍 갔다오면 안되느냐고 물었다. 다시 한 번 설명드렸다. 보호자가 조금있다가 다시 나왔다. 수술실 들어가는 걸 보고 싶다고 했다. 두 번 말이 번복됐고 나는 총 네 번의 설명을 했다. 내가 할 일 없이 가만히 앉아서 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아침부터 주사약 챙기고 아침약 돌려야해서 바쁜 시간에 말이 계속 번복되고 같은 설명을 해야하니 나도 사람인데 성이 안 나겠는가...

그래도 화내지 않고 원하는대로 해주겠다고 했다.

다행히 동의서는 8시 안에 빠르게 받고 와서 첫 수술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오전 11시 반쯤 되서 수술 후 환자가 올라왔다.

nasea라는 울렁거리지 말라는 약이 수술 후 처방에 있어 그 약을 평소와 같이 다른 환자들에게 주듯 투여했을 뿐이었다.

환자는 아프다며 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보통 이 약을 주고 아파했던 환자들은 없었던 터라 나도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아프셨냐며 다음부턴 천천히 주겠다고 사과까지했다.

환자가 좀 예민하고 혈관통도 보이는 것 같아 그 약을 줄 때 천천히 주라고 인계까지 했다.


그러곤 다음날 이었다.

평화로운 주말 day 근무였다. 아침약을 돌리고 꽤 여유가 있어 아침밥도 못 먹고 와서 허기가 져 냉장고에 있던 고구마를 먹고 있던 찰나였다. 스테이션으로 그 환자가 나와서 line이 잘 붙어있는 데도 불구하고 수액 line을 자기쪽으로 오게 고정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수액이 몸쪽으로 흘러서 들어가야하기에 꼬아서 붙이면 역류해서 안 들어갈 수 있어 이에 대해 설명을 했으나 어제는 그렇게 붙어있었다면서 그렇게 해달라고 그렇게 해야 자기가 편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붙어있던 테이프를 떼어내고 원하는 대로 고정을 해드렸다.

그러곤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한 숨 놓으려는 찰라 또 다시 그 환자가 나왔다. 붙여놓은 테이프가 너무 쪼인다는 것이었다.(쪼이도록 붙여놓지도 않았다.) 테이프를 다시 떼고 헐렁하게 붙였는데 헐렁하게 붙이다보니 테이프의 모양이 이상하게 보이긴 했다. 환자는 마음에 안 들었는지 갑자기 정색을 하고 팔을 치우면서 화내듯이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한테 악감정 있으세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제가 악감정이 왜 있겠어요. 어디 불편하신 부분이 있으셨나요?"


"아니 어제도 그렇고 주사 놓을 때 쌤이 놓을 때만 아프고 다른 사람들이 놓을 땐 안 그랬어요. 쌤만 저한테 막 대하는 것 같아요"


화를 내면서 자기에게 막대한다는 환자의 말에

3년 넘게 간호사로 일하면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소리에

당혹감이 들었다.


억울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어서.

해달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 해줬을 뿐인데

그냥 내가 저 환자의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사과했다.

"몰라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몰랐으면 다예요?"


"죄송해요 다시 붙여드릴게요"


"됐어요. 다른 선생님한테 받을 거예요"


거듭된 사과에도 그 환자는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 나에게서 팔을 치우고는 상처가 되는 말들로 공격했다.

'나만 이렇게 한다는 둥, 다른 사람은 이렇게 안한다는 둥, 내가 했을때만 그렇다는 둥'의 식으로 남들과의 비교로 내 행동이 잘 못 됐음을 꼬집었다.


이런 환자들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나는 그렇게 하려고 해도 못 하겠는데 어떻게 자신만을 생각하며 상처를 주는 말들을 툭툭 아무렇지 않게 해대니 말이다.

면전에 대고 직접적으로 저런 말을 들으니 나도 사람인지라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나도 감정이 앞서 한 마디 하려다가도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어차피 오늘만 저 환자를 보고 며칠간은 떠나있으니 오늘만 잘 참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로 내 근무 시간 동안 저 환자를 봐야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뭐하고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을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주사약을 주러 그 환자에게 다시 갔을 때 환자의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용기내 사과했다.

그 환자는 나의 사과에 조금은 누그러진 듯 보였으나 여전히 사과를 받아주거나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주사약을 최대한 살살 줘보겠다는 말과 함께 엄청 느린 속도로 주사약을 투여했다.

무사히 주사약을 다 주고나서 환자 곁을 빠져나왔다.

수술이 막 끝난 환자의 예민함과 통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3년 동안 일하면서 나도 얼마나 많은 수술 환자들과 예민한 환자들을 겪어왔는가

환자여서 당연히 이해받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이해해야할 것도 있다. 직접 통증을 겪지 않은 간호사가 그 환자를 이해하고 간호하는 것에 대한 수고로움이다.

자신의 예민함을 받아들이고 간호사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환자들이 알아줬을 때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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