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함과 안정감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기 전
자리에 앉자마자 상을 차지하는 건
주 메뉴가 아닌 “곁들일 반찬”, “사이드”다.
곁들임이 없는 상은 어딘가 허전하고
심지어는 정 없어 보여 “다음엔 여기 안 와야지”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기도 하더라.
곁들임이라는 말은 본래 ‘주’가 아닌 ‘덤’ 정도일지라도
들여다보면 ‘처음’, 혹은 ‘기대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곁들이면 당신의 삶을 더 생기 있게 만들고
이것저것 본메뉴와 조합해 재미를 더해주는 것 말이다.
처음 곁들일 때는 당신에게 ‘기대감’이 될 것이며
두 번, 세 번, 점차 그 상에 올라가기를 반복할 때
나는 당신에게 ‘안정감’이 되어 곁을 지켜야지.
설령 내가 당신의 삶에서 조금은 멀어지더라도
나를 떠올릴 때면 당신의 삶 한 조각, 그 소중한 밥상에서
빠지지 않고 기억 속에 고개를 내미는 ‘향수’가 되겠지.
그렇게 약간의 더함으로 시작하여
당신에게 나의 여러 모습을 곁들임의 형태로 내놓아 보이고,
당신이 기쁜 마음으로 삶이라는 상에 나라는 곁들임을 올리는 것을 선택하면
그렇게 만들어진 상차림은 매일 다른 모습이면서도
우리만의 향취가 담겨 어딘가는 묘하게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
지나가는 한 부분에 내가 그 정도의 자리를 차지한다면
이보다도 행복한 일이 없을 것이다.
당신은 나에게 그 정도로 소중하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내가 ‘곁들임’으로서 당신의 상차림에 올라갈 때,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조금은 눌러두고 웃어 보이겠지.
나 또한 나만의 상을 매일 차린다.
당신 또한 누군가에겐 소중한 곁들임이 되고.
매일 어딘가에서 먹은 맛있었던 밥,
길 가다 웃음이 나와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든 것,
밤산책을 나왔다가 유난히 말을 거는 듯했던 고양이까지.
사진첩에 차곡차곡 저장된 그 예쁜 조각들처럼.
밥상에는 다양한 곁들임들이 이질적 이어 보여도
나름의 공통점을 가지고 각자의 향기를 내보내고 있다.
나도 그런 곁들임들로 당신 곁에 남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