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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 Jul 15. 2021

밀리의서재를 구독한 이유

밀리의서재와 구독경제

6월초부터 가장 핫하다는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를 사용 중이다. 사실 국내 전자책의 시초 격인 리디북스 설립연도가 2008년이니, 그 자체가 새로운 플랫폼은 아니다. 하지만 갑자기 전자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었으니... 사실은 '광고'의 영향력이었다.


TV를 틀면 곳곳에서 전자책 광고를 만날 수 있었다. 조정석을 내세운 밀리의서재와 김혜수를 내세운 윌라 오디오북이었다. 분명 두 다른 회사의 광고였지만 머릿속에서는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각 기업에 대한 이미지보다는 전자책 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홍보되면서 광고효과가 두 배로 커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밀리의서재가 이득을 보지 않았나 싶다. 윌라가 아직 초기단계인 산업단계를 감안해 '오디오북'이라는 플랫폼 자체 광고에 임팩트를 실은 반면 밀리의서재는 강렬한 CM송 등으로 산업보다는 회사 광고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물론 광고집행횟수, 채널종류, 비용 등 알 수 없는 부분의 차이도 크겠지만.


전자책 기업이 광고를 낸 적이 있던가? 검색해보니 2015년 리디북스가 강소라와 함께 광고를 했다고 한다. 2015년이면 tvN드라마 미생(2014)이 종방하고 난 직후니 강소라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던 때다. 하지만 리디+강소라 광고의 유튜브 조회수는 3.1만회로 밀리+조정석 광고 조회수(43만회)의 10%에 불과하다. 그만큼 임팩트가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역으로 밀리가 그만큼 임팩트있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홀린듯이, 밀리의서재를 구독했다.


리디북스도 TV광고를 했었다! (나만 몰랐나)

근데 왜 여태껏 리디북스는 왜 안 썼을까?


광고가 트리거가 된 것은 맞지만 정말 이게 전부일까? 관심의 트리거는 맞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서비스 제공방식의 차이에 있었다. '구독'모델을 내세운 밀리의서재가 합리적으로 느껴져서였다.


영영 종이책과 이별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할거라고 생각하니 좀 더 마음이 갔다. 월 9900원이면 종이책 0.5권 수준이다. 밀리의서재로 한달에 책 한 권만 읽어도 이득인 셈. 특히 최근들어 서점에서 산 고민없이 산 책들의 수준이 영 별로였어서... 전자책으로 휘뚜루 마뚜루 책을 보고 정말 괜찮은 책들만 종이책으로 사서 읽고 수집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첫 달은 무료라니, 써보고 도저히 전자책이 안 맞는다 싶으면 바로 해지해도 되겠다 싶었다.


전자책 구독서비스 '밀리의서재'

역시 킹갓제너럴 '구독경제'? 꼭 그런건 아닌데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으로 '구독경제'가 뜨고 있기 때문일까? 글쎄. 그럴수도.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4차 산업혁명이니 코로나19니 하는 것들 이전에도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방식은 보통 구독형이 가장 적합했다. 대표적인 게 음원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사람들은 더이상 CD로 음악을 듣지 않았다. 고작해야 128MB 정도 되는 MP3 기기를 들고다니면서 여기에 3~4MB정도 되는 음원파일 30개 정도를 일일이 넣어다녔다.


그럼 그걸 돈주고 샀냐고? 절대 아니다. 소리바다니 푸르나니 하는 P2P 프로그램을 밤새 돌려가며 음원을 무료로 다운받았다. 왠지 음원을 돈 주고 사는 것은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다. 저작권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머릿속으로 이해하면서도 손가락은 내맘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벅스, 멜론(해외에선 아이튠즈) 등 음원사이트들이 구독모델을 내세우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월 얼마를 내면 무제한으로 음악을 소비할 수 있는 '음원뷔페'가 소비자들에게 선뜻 비용을 지불하게 한 것이다.


구독모델은 MP3에서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적 변화보다 더 큰 전환이었다. 이들이 여전히 음원 1개당 100원, 500원 등 건당으로 음악콘텐츠를 서비스했다면 아직까지 사람들이 돈 내고 음악을 듣는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레tv와 넷플릭스다.


왼쪽부터 올레tv(구 스카이라이프) 결제화면과 넷플릭스 결제화면

과거에도 '구독'과 '구매'의 경쟁은 있었다


2010년 들어서면서 올레TV나 Btv를 비롯한 VOD서비스가 보편화됐다. 누구나 리모컨 조작 몇 번이면 지나간 TV프로그램을 1000원 수준에 다시 볼 수 있게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들이 정말 '생활화' 됐을까? 글쎄. 영화는 멀티플렉스보다 저렴하고, TV프로그램 하나의 가격은 얼마 하지도 않는데, 사람들은 이상하게 건 바이 건 결제를 꺼려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웹하드니 p2p니 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콘텐츠를 불법으로 다운로드해 시청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작권 의식이 낮아서라고? 아니다. 2015년 이후 혜성처럼 국내에 등장한 영상 구독 플랫폼 넷플릭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입한 것을 보면. 넷플릭스의 구독요금은 월 1만원 안팎으로, 매월 10개 이상 콘텐츠를 소비하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한 달에 1000원짜리 콘텐츠 5개정도만 보는 사람조차 넷플릭스 구독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구독, 디지털 콘텐츠 소비의 최적모델


온갖 산업이 구독경제 모델을 들고 나오고 있지만 가장 적합한 부분은 디지털 콘텐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더 저렴하네, 소비할 수 있는 양이 풍부하네 하는 장점 때문에 자동차 회사도 의류회사도 뛰어들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콘텐츠 분야만큼 빠른속도로 구독모델이 시장에서 안착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콘텐츠라는 재화를 돈 주고 사는 걸 상당히 아까워한다. 턴테이블이 없더라도 LP판에 2만원을 내는 건 아깝지 않지만, MP3파일 20개에 1만원을 내는 건 아까운 심리다. 영화 VOD 구매는 5000원도 아깝지만 소장하고 싶은 영화 DVD는 1만원에 사는 것과도 비슷하다.



아무튼 난 이렇게, 밀리의서재를 구독했다.



P.S. 리디도 리디셀렉트라는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격까지 월 9900원으로 밀리와 동일하다. 리디와 밀리의 차이는 수익모델 외에도 소비자타겟팅, 기술력, 콘텐츠 방향까지 다양하게 다르다. (넷플릭스와 왓챠처럼? 애플뮤직과 멜론처럼?) 두 회사가 어떻게 전자책 산업을 키워나갈지 기대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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