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아람 Nov 08. 2022

다이어트에서 해방됐다

적어도 지금은...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말에 대해서 공감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에 5일간의 단식을 경험하면서부터였다. 텔레비전이나 핸드폰 속 광고에서는 말한다.

한번 지나간 끼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속이 든든해야 일(공부)도 잘된다, 배 고플 때 넌 네가 아냐... 요리할 시간 없니? 그럼 내가 더 간편하게 먹게 해 줄게. 안 먹으면 건강을 해치게 될 거야.


이런 광고들은 불안을 자극한다. 끼니때가 되면 뭐라도 꼭 먹어야 할 것 같은 것은 허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불안에 의한 것이었다. 의문이 생겼다. 광고 속에 나오는 그 음식들이 과연 소비자를 위한 음식일까? 아침을 거르는 것은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설탕 덩어리 시리얼이라도 먹지 않으면 하루를 망치게 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어느 날 남편이 책을 사 왔다. 책 제목은 독소를 비우는 몸, 자가포식, 비만코드 였다. 단식으로 당뇨병이 개선되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혈압약을 복용 중인 남편도 단식을 하고 싶어 했으나 조심스러워하고 있었다. 이 책들 중 가장 쉬워 보이는 독소를 비우는 몸이라는 책을 읽고 깨달았다. 인류가 삼시세끼 먹기 시작한 지 얼마나 다고 삼시세끼 못 먹으면 큰 일 날 것처럼 살고 있나. 현대인들은 못 먹어서 아프지 않다.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서 병이 난다. 특히 정제된 탄수화물로 공장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문제다. 그걸 먹느니 아무것도 안 먹는 게 건강에 백배 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열심히 돈 벌어서 그들이 요구하는 소비를 하고 있었다. 끼니때가 되면 어떻게든 먹으려 애쓰고, 먹고 마시며 내 피로를 달래고 그렇게 찐 살을 다시 빼는데 돈을 쏟아부었다. 거대 자본주의에 의해 사육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이미 중독되어 있었다. 중독을 끊어내고 싶었다. 건강에 문제가 없던 나는 바로 5일간의 단식을 시작했다.


작년 8월 중순이었다.

단식 1일 차(토요일) : 5일간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물과 소금, 연한 커피와 차 종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사골국물, 칼로리가 없는 불린 치아시드로 정했다. 배가 고프다기보다는 습관적으로 뭔가 씹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치아시드를 물에 불려 한잔 마셨다. 아이들 식사를 준비하며 나도 모르게 맛을 볼 뻔했다.


단식 2일 차(일요일) : 아이들에게 닭칼국수를 해주기 위해 닭을 삶았다. 닭을 삶은 국물에 약간의 소금을 타서 한잔 마셨다. 라면이 먹고 싶다. 그 어떤 비싸고 좋은 음식보다 라면이 먹고 싶었다. 물은 계속 많이 마시고 있다.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단식 3일 차(월요일) : 회사 업무 하는데 지장이 있을까 봐 걱정했으나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냥 어제저녁 한 끼를 안 먹은 정도의 공복감이 있을 뿐이었다. 점심시간에 한 시간 산책을 했고 출퇴근 시 20분씩 걸을 때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루 종일 물과 연한 커피, 허브차를 마셨다. 여전히 잠들기가 힘들었다.


단식 4일 차(화요일) : 내일 막내딸이 병원에 입원한다. 입원 전에 코로나 검사 등 할 일이 많아 많이 걸어 다녔다. 4일째 굶고 있는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오히려 몸이 가볍고 기운이 난다. 먹고 싶은 욕구도 없어졌다. 물을 많이 마시고 아이스커피 한잔을 마셨다. 삼일째 잘 못 자고 있다. 호르몬 변화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데 정말 괴로웠다.


단식 5일 차(수요일) : 입원한 딸의 보호자로 병원에 있었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딸의 피를 뽑으러 오는 간호사를 돕는 것 외에 할 일은 없었다. 핸드폰을 붙잡고 누워서 수월하게 하루를 굶었다. 딸이 육개장 큰 사발을 먹을 때 좀 힘들긴 했다. 물과 연한 커피를 마셨다. 좁은 보호자 침대에서 꿀잠을 잤다.


단식을 마치고 : 단식 시작 전과 후에 죽으로 보식을 하는 분들이 있지만 나는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냥 '내일부터 굶을래'로 시작해서 5일 굶고 난 뒤 소고기와 채소를 먹었다. 단식 2~3일째에 '끝나면 라면, 치킨, 곱창 다 먹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끝나고 나니 그런 음식들이 당기지 않았다. 며칠 동안 단백질과 지방,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챙겨 먹었다.


5일간의 단식으로 5kg이 빠졌고 먹기 시작하자 2kg이 다시 쪘다. 그리고 열흘 후에 5일 단식을 한번 더 했다. 단식의 가장 좋은 점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칼로리를 따진 도시락을 싸거나 돈 들여 다이어트 식품을 사 먹을 필요도 없다. 두 번의 단식으로 6kg을 감량했다. 과체중에서 표준체중이 됐다. 그리고 그 몸무게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굶어서 살을 빼면 뼈가 삭는다, 근육만 빠진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내가 읽은 책 독소를 비우는 몸과 자가포식에 나와 있다. 이 책들은 단식의 여러 가지 장점과 실제 사례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 내가 실제로 단식을 경험해 보니 단식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단식의 경험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단식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단식이 좋으니 해봐'가 아니라 '나는 단식을 한다' 정도로 읽어주면 좋겠다.


내가 단식으로 뺀 체중을 유지하는 방법은 주 5일 1일 1식이다. 단식으로 빠진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식단관리가 필요하다. 매우 부지런해져야 하는데 난 그럴 수가 없었다. 난 중독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정제 탄수화물의 유혹에서 벗어난 삶은 도를 닦는 것 같았다. 그것들을 먹기 위해 1일 1식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만 먹지는 않는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 안에 적당히 그것들을 끼워 넣고 저녁 한 끼에 되도록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는다.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일에 1일 1식을 하고 주말에는 두 끼 이상 먹는다. 누군가와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친목과 화합의 장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먹어야 할 때가 많다.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경우라도 나는 먹을 것 앞에서 언제나 적극적이다. 맛있게 먹고 다음 날 굶으면 그만이다. 평생 숙제였던 다이어트에서 해방됐다. 적어도 지금은... 1일 1식이 힘들지 않은 지금은 말이다.


P.S. 단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다. 5일 단식을 결심했더라도 중간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당장 멈춰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느슨해진 운동화 끈을 조여 묶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