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러너 훈련 일지 #4
10월 15일에 국제연맹 런페스타에 나가 처음 10km 달리기를 했다. 몇 시간 행복했고, 다음 날까지 매우 피곤했다. 런데이 앱에서 말해줬다.
-쇠를 불에 달구기만 한다고 강해지는 게 아닙니다. 찬물에 담가 식혀줘야 더 강한 쇠가 됩니다!
나의 목표, 오래도록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충분히 쉬기로 했다. 일주일간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2022년 10월 넷째 주
토요일 저녁 여섯 시에 불광천에 가서 한 시간 달리기를 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느린 속도로 달리다가 중간 속도로 달리다가 마지막에 빠른 속도로 달리는 훈련이었다. 나의 가장 느린 속도와 가장 빠른 속도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가장 편안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몸에 익혀야겠다.
일주일간 술을 세 번이나 마셨다. 술을 마신 다음날은 탄수화물이 많이 당긴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무기력해진다. 나는 원래 열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좋아서 하는 달리기인데도 나를 끌고 밀면서 달린다. 나는 자꾸만 편해지려고 한다. 중간에 멈춰버리고 싶다. 열심히 달려서 어딘가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둘러보니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내가 쓴 글들과 응원의 말들을 다시 본다. 나는 아직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는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 여기서 더 멀리, 더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한다 해도 멈추지 말자. 가만히 멈춰있다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달리면서 보게 된다.
높은 온도에서 달군 금속을 찬물에 넣어 급격하게 식혀 쇠를 강하게 만드는 것을 담금질이라고 한다. 담금질이 거듭될수록 쇠는 더 강해진다. 나를 달구고 식히고 알맞은 모양으로 두드리는 과정이 인생일 것이다. 그만 식히고 이제 달궈 보자!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