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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Nov 10. 2022

단식할 때 극복해야 할 것은 배고픔이 아니었다

단식 2일 차의 기록


내가 쓴 글 <다이어트에서 해방됐다>를 읽고 단식을 해보겠다는 작가님 두 분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1년 전 단식만을 얘기할 게 아니라 최근에 한 번 더 단식을 하고 자세한 경험담을 썼으면 단식을 하려는 작가님들께 도움이 됐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두 분 작가님과 함께 나도 단식을 하기로 했다. 작년에 과체중일 때 했던 단식과 현재 표준체중인 상황에서 하는 단식의 느낌이 다를 수 있다.  두 분 작가님이 단식을 하겠다고 말씀하신 게 수요일이었다. 토요일에 김장을 해야 하기에 수, 목, 금 3일간 단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단식을 다시 하려고 마음먹으니 지난번 글 쓸 때 기억 안 났던 5일 단식 때의 일들이 떠올랐다.

1. 비타민을 챙겨 먹으면 좋다고 하여 먹었다가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뻔했다.

2. 지방류는 좀 먹어도 된다고 하여 두 번째 단식 때는 버터를 넣은 방탄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3. 물을 많이 마셔야 해서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업무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단식 1일 차(수요일)

평소처럼 점심시간에 밥을 먹는 대신 산책을 했다. 2시쯤 배에서 심하게 꼬르륵 소리가 났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이러면 매우 민망하다. 이럴 때 소금물을 마시면 진정된다. 작은 약병에 히말라야 핑크 소금을 담아 두고 가끔 먹는다. 빈속에 소금을 바로 털어 넣으면 속이 매쓰꺼울 수 있으니 되도록 물에 타 먹는 게 좋다. 단식을 일주일 이상 길게 하는 경우가 아니면 굳이 소금을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미네랄이 든 천연소금을 조금씩 나눠서 한 티 스푼 정도 먹어주면 버티기가 수월하다. 정제소금보다 천연소금이 좋다. (천일염은 정제소금이다)


회사에 커다란 택배 상자가 왔다. 간식용으로 주문한 쿠키가 가득 들었다. 가끔 출출하면 3~4시쯤 초콜릿 쿠키를 한두 개 먹기도 했는데... 브라우니, 너 정말 맛나 보이는구나! 다음 주에 만나~


그동안 1일 1식을 하며 가장 힘든 시간은 저녁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10분이었다. 갈빗집, 삼겹살집, 치킨집 등이 있는 번화가를 지나쳐야 한다. 빨리 들어가서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이 최대치가 되며 허기가 심해졌다. 오늘은 집에 가도 저녁은 없다 생각하며 느긋하게 걸었다. 신기하게 허기도 없었다. 아이들 저녁으로 순댓국을 포장해 왔다. 사골 국물을 데워 작은 컵에 따라 소금을 한 꼬집 넣고 마시며 저녁 준비를 했다. 막내딸이 좋아하는 봄동무침을 하다가 을 흘렸다.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고 앉아있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뭐해?

-밥 먹어.

설명하기 귀찮아서 밥 먹는다고 했다.

-정말? 같이 밥 먹으러 나가자고 하려 했는데...

-아쉽다. 벌써 밥을 먹었네.

하마터면 실패할 뻔했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여러 차례 실패한 적이 있다. 추석 연휴 동안 하도 많이 먹어서 단식을 결심했는데 사장님이 점심 먹자고 하고, 친구한테 만나자고 연락이 온다. 굶고자 하면 같이 밥 먹자는 사람이 나타난다. 오늘은 무사히 넘겼다. 


비타민을 먹었더니 속이 울렁거렸다. 물을 많이 마시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역시 단식 때 비타민은 먹지 않는 걸로. 단식할 때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텔레비전이나 휴대폰을 붙들고 있으면 안 된다. 밤에는 특히 먹거나 마시는 광고가 많다. 책을 읽다가 열 시쯤 자려고 누웠다.


단식 2일 차 (목요일)

어젯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일찍 잠들지는 못했다. 한밤중에  두 번 깼다. 잠의 질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피곤한 느낌은 없었다. 체중이 1kg 줄었다.


기운이 달린다. 평소에 하던 집안일이 힘에 부치고 속도가 느려졌다. 딸이 배고프다고 해서 아침밥을 차렸는데 안 먹겠다고 해서 짜증이 났다.

-엄마, 왜 그렇게 화가 났어?

딸의 말에 아차 싶었다.

-아냐. 화 난 거 아냐. 엄마가 좀 힘들어서 그래.


지하철이 도착했다는 안내판을 보고 뛰었더니 몸이 후들후들했다. 지난 경험으로 볼 때 이틀째가 가장 힘들다. 지난번에는 휴일에 단식을 시작해서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엔 바쁘게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힘을 써야 하는 일을 해야 하거나 집중력을 요하는 상황에는 단식을 시작하는 것이 맞지 않을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힘든 게 사라지고 편안해졌다.


한 달에 두세 번 사무실에 나와 점심을 먹자고 하시는 사장님이 오늘 나오셨다. 사장님이나 직장 동료가 밥을 먹자고 하는 날은 거절하지 않고 점심을 먹는다. 1일 1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여러 가지 걱정과 훈계를 들을 것이 뻔하기에 밝히지 않고 있다. 잠깐 망설이다 치과 예약이 되어있어 점심을 못 먹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달리기를 하는 날이다. 단식을 할 때 그동안 안 했던 활동을 무리하게 하는 것은 안 좋지만 계속해 왔던 운동이라면 그대로 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남편의 지인은 단식 중 평소 다니던 헬스장에서 계속 운동을 했다고 한다. 나는 작년 단식 때는 산책 외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 오늘은 원래 계획대로 30분간 3분 달리기와 2분 걷기를 반복했다. 처음 두 번은 느리게 달리다가 세 번째 달리기부터는 기존보다 속도가 빨라졌다. 달리기를 하며 땀을 흘리고 몸이 가벼워졌다. 나도 내가 놀랍다.


사무실에 돌아와 보니 오늘 점심은 샌드위치였다고 한다. 내 책상에 예쁘게 놓인 샌드위치 봉투...

단식을 할 때 극복해야 할 것은 배고픔이 아니라 주변의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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