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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Feb 07. 2023

시베리아까지 달려보자


2022년 11월 26일

오전 내내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오후에 불광천을 갔다. '런데이 챌린지'에 신청한 10km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참가비는 3천 원인데 완주를 하면 6천 원짜리 편의점 상품권을 준다. 달리기 후 받은 상품권으로 맥주를 사서 마시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불광천을 수놓은 예쁜 불빛들을 보며 신나게 달렸다. 5km 반환점에서 한 번의 유혹이 찾아왔다. 힘든데 그냥 걸을까? 걸어가든 달려가든 난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차피 똑같은 한 걸음이다. 달리는 쪽을 택하면 도착점에서 더 오래 쉴 수 있다.


오늘 내 기록은 지난주보다 43초 빨라진 1시간 5분 4초였다. 10km를 세 번째 완주했다. 기록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은 물론 점점 수월해지고 있다. 기분이 좋아 새로운 목표를 정해 보았다. 내년 봄에는 하프코스에 도전~!



여기까지 쓰고 달리기에 관한 글이 멈췄다. 12월에는 눈이 내려 길이 좋지 않아서, 1월에는 건강상의 문제로 달리기를 쉬었다. 그래도 '런데이 챌린지'는 다달이 참여했다. 10km를 기록 상관없이 달리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며 완주했다.


1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불광천을 갔다. 살살 달리다가 철새들을 보고는 잠시 달리기를 멈췄다. 얼마나 먼 곳에서 여기까지 온 건지 궁금해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겨울 철새 대부분은 시베리아에서 여름을 나다가 4,000km를 1~2주에 걸쳐 날아온다고 한다. 내가 4,000km를 달리려면 마라톤 풀코스를 100번은 완주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달리면서 생각했다.

아니지, 나눠서 달리면 못할 것도 없지.

일주일에 10km를 달리면 한 달에 40km고, 일 년이면 480km를 달리게 된다. 이렇게 8~9년이면 4,000km가 가능하다. 꾸준히 하면 못할 게 없다. 꾸준히 10km를 달려서 철새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만큼을 달려보겠다는 꿈이 생겼다. 가즈아~ 달려서 시베리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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