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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l 21. 2022

30년 지기 친구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가끔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내자


내가 친구 S와 B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S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 아이는 너무 직선적이고 화끈한 성격이라 친하게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반면 B는 조금 부드럽고 여유로운 성품을 가진 아이라 편안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첫사랑의 설렘, 이별의 아픔 등 혼란스럽던 20대의 거의 모든 추억들을 함께 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S의 직선적이고 화끈한 성격도 적응이 되니 오히려 좋았고, 가끔 다투고 토라져 연락을 안 하고 지내기도 했지만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화해를 했다. 힘들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그 친구들이었고, 언제 싸웠냐는 듯 달려와 같이 아파해 주고 축하해 주는 그 친구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30대 초반 결혼을 하고도 나는 그 친구들을 자주 만났다. 그런데 남편은 그 친구들과의 만남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우리 사이를 질투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친구를 만난다고 남편에게 소홀한 것도 아니었고, 남편과 할 수 없는 얘기나 남편이 공감해 주지 않는 얘기들도 그 친구들과는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생기고 외출이 불편해 지자 나는 주로 친구 B를 집으로 불렀다. 남편과 시댁에 대한 불만들, 육아에 지친 마음을 그 친구에게 털어내고 나면 가벼운 마음이 되곤 했기에 더욱 의지하는 마음이 생겼다. 반면 S와는 조금 멀어졌다. 그 친구의 화끈한 성격으로 인해 집으로 불러들이기에는 서로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좋은 친구였고 그렇게 평생을 함께할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30여 년 세월이 흘렀고 얼마 전 나는 남편의 소개로 새로운 친구 A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S나 B처럼 나를 즐겁게 해 주고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아니지만, 만나면 나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주는 좋은 점이 있었다. 어느 날 A가 말하길 S와 B는 나를 많이 웃게 해 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반면, 나의 소중한 것 한 가지를 가져가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배신감을 느꼈지만 많이 힘들지는 않았던 걸 보면 나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다.

의외로 쉽게 30년 세월을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결심하고 S와 B에게 이별을 고했다.


" 소중했던 나의 친구들아~ 내가 첫사랑으로 아파할 때,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힘들어할 때, 원하는 일들을 이루고 기뻐할 때, 아이 키우느라 고되고 외롭다고 느낄 때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어서 고마웠어. 하지만 이제는 각자의 갈 길을 가자. 난 네가 원하는 걸 줄 수가 없어. 난 너희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의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해. 그들 곁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어. 너희들이 가져가려고 하는 나의 소중한 것 한 가지, 나의 건강한 몸! 절대 줄 수가 없구나.

.

.

굿바이 나의 친구 소주, 맥주야."


나의 새 친구 A ( Alcohol free ) 무알콜 맥주  : 일상적으로 마시던 맥주를 끊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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