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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l 28. 2022

천 원 밖에 없으면 뭐 할 거야?

아홉 살 딸의 질문

너무나 피곤한 하루였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대충 저녁을 먹고 치운 뒤 청소기를 돌리고 초2 막내딸을 씻기고 나도 씻었다.


이제 드디어 누울 수 있게 되었다. 막 지친 몸뚱이를 뉘었을 때 중2 둘째가 막내에게 크게 짜증 내는 소리가 들렸다. 기말고사 성적이 안 좋아서 아빠에게 한소리 듣고는 공부를 좀 해보겠다고 책상에 앉았는데 동생이 방해가 된 것 같다. 막내가 울면서 달려왔다. 서러움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엄마가 이따가 언니 혼내줄게. 일단 여기서 엄마랑 좀 누워있자."

좀 진정된 듯하다가 또 운다. 같이 놀고 싶어서 곁에 간 동생에게 사춘기라고 쌀쌀맞은 둘째가 야속하다. 그렇다고 불러  뭐라고 하면 더 피곤해질 것 같아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켜 막내에게 물었다.

"우리 공원 갈까?"

끄덕끄덕.


집 앞 공원에서 30분 넘게 놀고 기분이 풀린 막내가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한다.

"엄마는 천 원밖에 없으면 뭐 할 거야?"

엉뚱하다. 그래도 아이의 질문에 최대한 성의 있는 답변을 해주고 싶어 고민을 해 보았다.

'천 원으로 뭘 할 수 있지? 하나 기도 힘든 금액이네. 저금을 하기도 그렇고 있으나 마나 한 돈이네.'

"엄마는 그냥 불쌍한 사람한테 줘 버릴래."

그 사람도 천 원으로는 뭐 딱히 할만한 게 없겠지만 불쌍한 사람한테는 여러 명이 돈을 줄 수도 있으니까 그걸 모아서 밥을 한 끼 사 먹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 누웠는데 또 천 원 생각이 났다.

'만약 매일 천 원이 생긴다면?'

그냥 천 원이 아니고 매일 천 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일 천 원씩 1년을 모으면 삼십육만 오천 원이다. 천 원으로는 빵 하나 사 먹기도 힘들지만, 매일 천 원씩 1년을 모으면 평소 비싸서 못 사 먹는 한우를 사서 온 가족이 먹을 수 있는 돈이 된다. 나의 내면에 작은 돈을 우습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쉽게 썼던 천 원짜리 한 장이라도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엉뚱한 질문으로 엄마에게 깨달음을 주는 사랑스러운 막내딸아, 너에게 돈을 쓰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지만 이제부터는 다○소 가서 천 원, 이천 원짜리 예쁜 쓰레기들은 그만 사자. 그 돈 모아서 우리 한우 사 먹자~!


다음날 외출에서 돌아온 둘째 딸의 손에 아이스크림 2개가 들려있다.

"하나는 네 것일 거고, 하나는 누구 거야?"

"동생 거"

툴툴거려도 항상 동생을 챙긴다.

"엄마 거는?"

"미안. 나 천 원밖에 없었어. 엄만 아이스크림 별로 안 좋아하잖아."

"막내딸아, 어제 천 원 밖에 없으면 불쌍한 사람 준다는 거 취소할게. 아이스크림 2개 사서 엄마 혼자 다~먹을 거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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