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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Apr 18. 2023

막내딸의 생일 즈음에


막내딸의 생일이 보름정도 남았다. 작년까지는 레고블록이 장난감을 골랐는데 이번엔 아이돌 그룹의 앨범과 굿즈를 사달라고 한다. 딸이 선물을 고르는 이맘때 나는 잠깐 다른 아이들을 생각한다.


9년 전 그때, 마흔한 살 고령 임산부였지만 나도 아이도 매우 건강했다. 뉴스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을 태운 배가 침몰했지만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흘려버렸다. 그러나 얼마 후 그 뉴스는 엄청난 오보였고 아이들 대부분이 구조되지 못하고 배가 기울어져 가고 있는 상황이 다시 비쳤다. 애타게 구조소식을 기다리며 계속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남편이 뉴스를 못 보게 했지만 신경은 온통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


그렇게 열흘 정도가 지났다. 제왕절개 수술을 사흘 앞두고 병원을 갔다. 일주일 전까지도 괜찮던 아이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심장을 둘러싼 물의 두께가 정상치 보다 두꺼워진 상태라 그 병원에서 수술을 해줄 수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담당 의사의 소개로 이대목동병원에 급하게 입원을 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남의 자식 걱정에 흘린 눈물을 내 아이 심장으로 흘려보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날부터 내가 언제 그 아이들을 걱정했나 싶게 다 잊고 내 아이 생각만 했다.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날 수도 있다는 말에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아이 심장의 물은 출생과 동시에 거의 빠졌고 아이에게 다른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열흘 후에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그 아이가  만 9세가 된다. 누워서 꼬물거리던 아이가 걸음마를 하고 엄마아빠를 보며 웃고 장난감을 좋아하다가 친구와 아이돌이 더 좋은 나이가 됐다. 내 시간은 참 빠르게 흘렀다. 아이 생일 즈음해서야 생각나곤 한다. 나와 정반대의 더딘 시간을 버티고 있는 부모들이 있다는 걸.


세월호 참사 이후 나라에서는 수학여행을 금지시키고 아이들의 수영교육을 강화했다.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 것이 잘못인가? 수영을 못한 것이 사고의 원인인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우리의 현실은 9년 전 그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기억하고 있으면 최소한 뒷걸음은 아니겠지,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한숨 섞인 말들을 끄적여본다.



https://youtu.be/gwOGlPU63Dw

아이유 <이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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