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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n 15. 2023

무기력한 하루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입니다'


그녀의 필명을 클릭하고 들어간 그곳에 딸랑 남겨진 글귀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브런치에서 만난 인연들 중 잠시 쉬겠다고 하고 오지 않거나 말없이 오지 않는 경우는 있었어도 탈퇴는 처음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라니. 그녀는 깊이 생각하고 이별을 고했겠지만 내겐 너무 갑작스러워 이 마음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난 숨을 곳 하나 없는 광장 한복판에서 소나기를 만난 기분이다.


평소 먹지 않던 시간에 달콤한 주스를 마시고 초콜릿쿠키를 먹었다. 그래도 헛헛한 이 속에 뭔가 뜨끈한 걸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아 열나게 화끈한 컵라면을 먹었다. 유튜브에 이별노래로 검색한 노래를 들으며 길을 걸었다. 끝없이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 틈에 그녀가 있다 해도 우린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누가 그녀를 아냐고 물으면 난 모른다고 대답해야 맞는 걸까, 안다고 대답해야 맞는 걸까. 난 그녀의 어떤 날들을 알고 그녀의 어떤 마음을 아는데... 모르는 사이인 건가. 난 그녀의 이름을 모르고 얼굴을 모르는데... 아는 사이인 건가.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모호한 브런치 인연들. 가느다란 실 하나로 연결된, 어느 한쪽에서 툭 끊어버리면 그만인 이 관계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그녀의 흔적을 찾아본다. 그녀의 댓글에 내가 단 대댓글에는 '탈퇴한 사용자'라 바뀌어 있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남긴 라이킷은 모조리 사라졌다. 하, 쓰던 글들이 모두 방향을 잃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야 글이 써지는 편인데 이런 기분으로는 아무것도 못하겠다. 무기력한 이 하루가 빨리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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