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년간 날마다 그의 사진을 봤다. 가끔 그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의 안부를 알려면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가 사는 곳은 대학로 뒤쪽 이화마을이다. 한 번 찾아가야지, 찾아가야지 마음만 먹고 가지 못한 지 일 년이 넘었다.
이화마을은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야 나온다. 작년에 딸과 함께 그곳에 갈 때는 날이 너무 뜨거워서 징징대는 딸을 달래며 힘겹게 걸어 올라갔다. 그때는 그를 만나러 그곳에 간 건 아니었다. 나는 그저 딸에게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를 보여주려고 대학로에 갔고, 간 김에 이화마을 벽화를 구경하려던 것뿐이었는데...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1년 전, 내 프로필 사진이었던 토끼와 막내딸
일 년 만에 그를 만날 생각에 설레며 집을 나섰다. 아침에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약해졌다. 흐리고 선선한 날씨 덕에 그리 힘들지 않게 이화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그가 보이지 않는다. 그가 있던 자리가 텅 비었다...
오늘, 어디론가 사라진 토끼
도대체... 어디로... 간 거니?
울고 싶은 내 마음처럼 비가 다시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허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오늘은 브런치 작가가 된 걸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은 지 일 년이 되는 날이다. 2022년 7월 14일, 메일을 받고 설레었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 프로필 사진으로 그를 고른 건... 그를 보면 웃음이 나고 사랑스러워서,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일 년 동안 그의 모습으로 글을 쓰면서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 오늘 그를 만나 그동안 고마웠다고, 이제 프로필 사진을 바꿀 생각이지만 계속 나를 응원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말은 한숨이 되고 말았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들고 집에 들어갔다. 막내딸이 무슨 케이크인지 물어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일 년이 된 걸 축하하고 싶어서 샀다고 말해줬다. 가족 중에 내 글에 가장 관심이 많은 것도 막내딸이고 내가 글 쓰는 걸 가장 싫어하는 것도 막내딸이다. 아마도 막내딸한테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생겨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아이의 기분인 것 같다.
"지윤아, 너 엄마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알아?"
"아니."
"네가 1학년때 엄마한테 '엄마는 꿈이 뭐야?'라고 물었잖아. 엄마 꿈을 찾으려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거야. 그러니까 엄마 글 쓰는 거 응원해 줘."
"응~ 엄마 빨리 촛불 꺼. 저 곰돌이는 내가 먹을 거야."
지금 딸한테 중요한 건 엄마가 일 년 동안 글을 썼다는 게 아니라 언니한테 곰돌이를 뺏기지 않는 것이다.
사라진 토끼 대신 곰돌이와 함께^^
일 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쓰긴 했는데 뭐 딱히 해낸 일은 없다. 내 걸음은 너무 느려서 가끔은 걷는 건지 서 있는 건지 헷갈렸다. 얼마 전에 본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3>에서 김사부는 말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있어. 그건 황새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돼. 황새걸음에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걸음으로 가다 보면, 비록 속도는 좀 늦을지 몰라도 결국 같은 곳에 도달하게 될 거야. 방향도 잃지 않고, 다리도 안 찢어지고."
수많은 황새들이 나를 앞질러 가고 저만치 멀어지지만, 무리해서 쫓아가지 않는다. 나는 내 속도로 꾸준히 나아간다. 글쓰기 일 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끈기 있는 뱁새가 되기를 꿈꾼다.
"일 년 동안 저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