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씁쓸해졌다
내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방법
최근에 쓴 베트남 여행기 세 편, 다이어트 관련 글 여섯 편과 시장, 초파리, 물놀이터 등을 주제로 쓴 일상이야기 다섯 편이 줄줄이 사탕으로 다음 메인에 노출됐다. 한 달 이상 하루 조회수가 많게는 3만, 적어도 1천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와 좋겠다' 혹은 '재수 없게 자랑질이군'이라는 생각을 했을 거다.
그렇다. 나는 자랑도 좀 할 겸 그 과정에서 깨달은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방법을 공유해 보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쓴 글이 처음 다음 메인에 노출돼 하루 조회수가 몇 천씩 될 때는 엄청 신기하고 들떠 잠을 설쳤다. 누군가 그건 브런치팀의 선물이라고 했다. 간간이 글의 조회수가 폭등하면 선물을 받은 듯 설레곤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내 생각은 그때와 조금, 아니 많이 다르다. 우선 짚고 넘어갈 부분이 어떤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가 하는 것이다. 순수하게 글이 좋아서 채택되는 게 아닌 건 확실하다.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글은 그 당시 사람들의 관심사와 일치하는 글이다. 여름을 맞은 현재 시점에 사람들은 다이어트, 휴가, 여행에 관한 글에 관심이 많고, 음식이나 맛집 같은 키워드는 늘 관심이 많은 부분이다. 그래서 음식이야기를 쓰면 다음 메인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거다. 최근 내가 쓴 베트남 여행과 다이어트 글이 지금 시기의 사람들 관심사와 맞아 다음 메인에 노출된 거다.
제목은 멋지고 감성적으로 짓는 것보다는 단순하면서도 키워드가 한눈에 보이는 게 좋다. 사진은 다운로드한 것보다는 직접 찍은 사진을 몇 장 넣는 게 좋고, 발행 후 되도록 수정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다음 메인에 노출돼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고 생각하면 자꾸만 글을 고치고 싶어 진다. 내 경험상(느낌상) 글을 여러 번 고치면 조회수가 떨어지고 결국 메인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오래된 이야기보다는 현재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과거사는 다음 메인 노출이 힘들다. 아름다운 시나 소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수필 등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글은 발행 후 한 시간 이내에, 늦어도 다음 날에 다음 노출이 결정된다. 그런데 간혹 일주일 이상 지난 뒤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를 잘 살펴보면 다음에 노출되기 전에 그 글에 들어간 키워드로 검색해 유입되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내 글 중 <몸무게 앞자리를 바꿔준 실곤약 요리법>은 처음에 다음 메인에 노출되지 않았다가 일주일이 지나서 노출됐는데 그전에 실곤약, 실곤약 다이어트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다음 메인에 내 글을 노출시킨 것이다. 전에 네이버 블로그 하시던 분이 알려준 글이 검색 잘 되게 하는 방법 중에 핵심 키워드를 제목에 꼭 넣는 것은 물론 본문에도 다섯 번 이상 넣으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걸 염두에 두고 글을 쓴 적은 없지만 맞는 방법일 것 같기는 하다.
나는 이제 다음 메인에 글이 노출되는 것이 브런치팀의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포털에서 내 글이 필요해서 가져가는 것뿐이다. 사람들이 검색을 많이 하는 키워드로 내가 글을 쓰면 그걸 가져가는 것뿐이다. 가끔 조금 비밀스러운 글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된 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고, 다음 포털 어디서 내 글을 찾아야 하는지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브런치에서 내 피땀 섞인 글을 다음 메인으로 가져갈 때 '당신의 글을 다음 메인 어디에 올리겠다, 좋은 글을 써주셔서 감사하다' 정도의 알림은 보내줘야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다음카카오의 무임금 노동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게 싫은 건 아니다. 솔직히 나는 최근에 다음 메인에 노출될 만한 제목을 붙이기 위해 고민했다.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다음 메인에 노출될 만한 글만 쓰고 싶어 진다는 거다. 내가 왜 글을 쓰고 있는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