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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l 03. 2023

배불리 먹고 살 빠진 일주일 식단


 달간 쌀과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밥빵면떡을 먹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달콤한 도넛, 밥도둑이라 불리는 밑반찬 앞에서 몇 번이나 좌절해야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작심삼일 끝에 드디어 일주일을 밥빵면떡을 안 먹고 보냈다. 이 도전을 하면서 먹기 싫은 걸 억지로 먹거나 배고픔에 허덕이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름의 원칙을 정했다.

째, 간을 제대로 해서 맛있게 만들 것

째, 배불리 먹을 것

셋째, 밥빵면떡을 못 먹어서 짜증이 난다면 즉시 중단할 것

일주일간 내가 밥빵면떡 없이도 얼마나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는지 확인하고자 식단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다.

 

6월 26일(월)

밀가루 대신 아몬드가루와 계란을 넣고 야채 전을 부쳤다. 야채와 반죽이 따로 놀아서 부침가루를 약간 섞었다. 남편이 유튜브를 보고 손수 만든 비빔장과 쿠땡에서 산 명태무침을 넣고 실곤약을 이용한 비빔국수를 만들었다. 사 먹는 회냉면 부럽지 않은 맛이었다. 실곤약은 그냥 먹으면 약간 꼬릿한 냄새가 나기도 해서 뜨거운 물로 살짝 데치면 좋다. 콩국물도 한 잔 마셨다. 냉동실에 그득한 콩을 올여름에 다 갈아 마실 예정이다.

실곤약비빔국수, 냉면 부럽지 않은 맛^^


6월 27일(화)

점심에 건두부를 면처럼 길게 썰어 양배추와 부추를 넣고 내가 만든 맛간장으로 볶았다. 맛간장은 배우 이정현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유자청과 가쓰오부시를 넣고 끓여서 만드는 걸 보고 따라 만들었다. 간이 싱겁게 돼서 매콤한 스리라차 소스를 뿌려먹었다. 스리라차 소스는 칼로리가 없어서  다이어터들의 필수품이다. 시댁에서 가져온 오이고추도 3개 먹었는데 아삭하니 맛있었다. 저녁에는 아이들 반찬으로 싱겁게 만든 계란장조림과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었다. 마무리는 시원한 수박으로.

건두부야채볶음과 칼로리 없는 매운맛 스리라차 소스

6월 28일(수)

퇴근을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저녁 만들기를 포기하고 치킨을 주문했다. 다이어트에는 적이지만 밥빵면떡에는 불포함인 양념치킨 두 조각, 후라이드치킨 조각과 어제 먹고 남은 건두부양배추볶음을 먹었다. 콩국물도 마시고 수박도 먹었다. 참 많이 먹는 것 같지만 오늘 점심까지 안 먹어서 괜찮다. 밤늦게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곤약젤리와 위스키를 사 와서 그것도 먹었다.

치킨은 밥빵면떡에 불포함^^

6월 29일(목)

점심에는 비도 오고 중3딸 시험도 끝난 날이고 그래서 삼겹살을 구웠다. 김치, 채소, 아몬드가루 야채 전을 함께 먹었다.  저녁에는 역시 비도 오고 그래서 막내딸이 좋아하는 마라탕을 끓였는데 나는 채소와 두부로 만든 푸주, 피쉬볼만 건져 먹었다. 남편이 어제 사온 산토리위스키로 하이볼을 만들어 마셨다. 밥빵면떡 빼고 모든 걸 너무 많이 먹고 있나 싶은 하루였다.

비 오는 날 삼겹살 맛이란~^^
마라탕에 하이볼 꿀조합이군~♡

6월 30일(금)

아이들에게 피자를 시켜주고는 피자 토핑으로 붙은 베이컨을 떼먹다가 막내딸에게 구박받았다.

"엄마, 다이어트해?"

둘째 딸이 물었다.

"응"

"아니, 하지 마. 난 엄마를 단 1그램도 잃고 싶지 않다고!"

"흑, 감동... 그런데 너 혹시 시험 점수 나온 거니?"


나는 실곤약비빔국수와 콩국물, 사라다 먹었다. 사과, 오이, 양배추를 생으로 먹으려 했으나 너무 맛없어서 스테비아와 마요네즈에 버무려 사라다를 만들었다. 다 먹고 나서 하이볼 한 잔과 젤리 한 봉지를 먹었다. 배는 부른데 뭔가 더 먹고 싶어서 수박을 먹었다. 아주 많이.

실곤약비빔국수와 사라다, 콩국물


7월 1일(토)

엄마가 김치를 해놨다고 해서 가지러 갔다가 점심에 소갈비를 먹었다. 엄마가 사주고 언니가 구워주는 소갈비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과식했다. 저녁에는 엄마가 해 준 김치 삼총사와 돼지고기를 삶아 먹었다. 하이볼도 한 잔 마셨다. 요즘 위스키와 토닉워터, 레몬을 섞어 얼음을 넣고 시원하게 마시는 하이볼의 매력에 빠졌다.

입안에서 살살 녹았던 LA갈비
엄마가 만들어 준 김치 삼총사와 삶은 고기

7월 2일(일)

점심은 콩국물과 고추김치를 먹었고 저녁에는 아이들이 먹고 남은 김치찌개에 콩국물을 넣어서(비지찌개맛남) 먹었다. 사과와 살구를 먹었다. 어제 너무 많이 먹어서 오늘은 간단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다가 밤늦게 결국, 모차렐라 치즈를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었다.

실곤약 콩국수와 고추김치
콩국물김치찌개와 과일


이렇게 일주일을 살았다. 나는 밥빵면떡을 안 먹기로 했지 살을 몇 킬로그램 빼고자 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삼겹살이나 치킨을 참지 않았다. 중간에 체중도 재지 않았다. 일주일간 가장 좋았던 건 혼자 먹더라도 대충 때우지 않고 나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었다는 거다.


혼자 먹는 점심은 오직 나를 위해 만들었지만 저녁까지 그렇게 하긴 너무 번거로웠다. 저녁은 평소 먹던 반찬에 밥 대신 콩국물이나 생채소를 먹었고 면요리를 할 때는 내 그릇에만 실곤약을 넣었다. 먹는 양을 줄이거나 간을 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고프거나 허전한 느낌은 없었다. 커피를 마실 때 초콜릿 한 조각을 먹기도 했고 당분이 많은 과일도 제한하지 않았다.


8일째 아침에 체중을 재보니 0.7kg이 줄었다. 나만 알 수 있는 변화, 턱선이 살짝 날렵해 보인다든가 손의 부기가 빠진 것과 같은 미세한 변화를 느낀다. 저녁식사 후에 산책을 다니기 시작했다. 보통 저녁을 먹고 나면 잠깐이라도 누워서 쉬어야 했는데 이제는 나가서 걸어 다니는 게 편하다. 한 달간 밥, 빵, 면, 떡을 안 먹기로 결심하기까지 달콤한 쿠키, 라면 같은 것들을 너무 자주, 습관적으로 먹으면서 몸이 무거워지고 무기력한 날들이 이어져 힘들었다. 일주일 식단의 변화로 몸이 가벼워지고 일상에 활력이 생기고 있다. 한 달 뒤에 더 많이 달라질 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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