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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l 10. 2023

이렇게 먹고도 살이 빠졌다는 게 신기할 뿐이고

한 달간 밥빵면떡 안 먹기 2주 차 식단


쌀을 주재료로 하는 밥과 떡,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빵과 면을 안 먹은 지 2주일이 지났다. 처음 일주일이 되기까지는 아이들이 라면이나 피자를 먹고 있으면 군침을 삼키며 참아야 했지만, 이제는 그걸 내가 먹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이 뇌에 새겨진 듯 무심해졌다.


<밥빵면떡 안 먹기 2주 차 식단 : 아침은 원래 안 먹고 점심과 저녁만 먹는다>

7월 3일 (월)

점심에는 실곤약과 열무김치를 이용해 비빔국수를 만들고 콩국물을 마셨다. 사과도 반쪽 먹었다. 저녁에는 내일이 남편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였다. 미역을 그릇 가득 담아 총각김치, 고추김치와 함께 먹었다. 아이 간식으로 만든 고구마 맛탕을 몇 개 먹었다.


7월 4일 (화)

계란을 풀어 양배추와 오징어다리를 다져 넣고 부쳤다. 부침개처럼 넓게 부쳐 마요네즈와 데리야키 소스를 뿌리고 가쓰오부시를 올렸다. 다코야키 맛을 기대했지만 밀가루가 안 들어가서 조금 다른 맛이 났다. 그래도 꽤 괜찮은 맛이었다. 어제 끓인 미역국과 함께 먹었다.

남편 생일이라 저녁에는 한우를 먹으러 갔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소고기 구이와 육회, 된장찌개 그리고 남편이 말아주는 소맥을 네댓 잔 마셨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한 스푼만 먹으려고 했는데 술기운에 절제하지 못했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과연? 지난주에 빠진 살이 도로 달라붙은 것 같다.


7월 5일 (수)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다. 이번 주부터 수요일에만 출근하고 나머지 날은 재택근무를 한다. 동료에게 미안해서 점심을 사주고 싶었다. 그녀가 선택한 식당의 메뉴는 만둣국, 찐만두, 냉면이었다. 결국 밀가루를 먹어야만 하는 건가? 위기다! 어쩌나?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만둣국을 시켜서 만두피를 발라내고 먹었다. 만두소와 국물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었다.

저녁에는 데친 오징어와 채소를 초장에 찍어먹었다. 남편 생일에 먹고 남은 미역국도 함께 먹었다. 살구를 두 개 먹었다.



7월 6일 (목)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니 오후 세시였다. 생리가 시작돼 그런지 식욕이 좀 떨어졌다. 콩국물 한잔과 아보카도 반개, 샤인머스캣 몇 알을 먹었다.

저녁에는 언니가 새 차 뽑은 기념으로 드라이브를 하자고 해서 나갔다. 돈가스와 파스타를 파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안심가스, 빵가루를 벗겨내고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먹었다. 치킨이 밥빵면떡이 아닌 것처럼 돈가스도 밥빵면떡은 아닌 걸로~^^;;


7월 7일 (금)

점심에는 시장에서 사 온 따끈하고 보드라운 두부와 볶은 김치, 옥수수를 먹었다. 마트에서 파는 두부와는 차원이 다른 시장표 손두부, 며칠 전 한우를 먹을 때만큼이나 행복했다.

저녁에는 콩국물과 찐 감자, 복숭아를 먹었다.


7월 8일 (토)

엊그 언니랑 돈가스를 먹었다는 내 말에 아이들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돈가스를 주문해 주고 나는 남편의 돈가스 몇 점과 양배추, 콩국물, 복숭아를 먹었다.

저녁에는 남편이 일식 주점에 가서 생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함께 나가자고 했다. 나가서 술이랑 안주를 먹으면 과식할 것 같아 거절했는데 계속 나가자고 졸라서 할 수 없이(?) 나갔다. 생선회로 만든 안주와 맥주 한잔, 하이볼 한잔을 마셨다. 주점에서 나와 이번에는 라멘을 먹으러 가잔다. 휴, 먹고 싶은 사람은 먹어야지... 나는 라멘 국물과 닭튀김을 먹었다. 튀긴 음식, 당분간 꼴도 보기 싫을 것 같다.


7월 9일 (일)

점심에 감자볶음, 호박무침, 돼지고기구이, 어묵을 먹었다. 밥이 빠져서 그런지 입맛이 없어 많이 먹지 못했다. 저녁은 어제 많이 먹은 게 찔려서 간단하게 콩국물 한 잔과 복숭아로 때웠다.




밥빵면떡 안 먹기를 실천한 지 열흘쯤 지나자 식욕이 많이 줄었다. 맛있는 반찬에 밥이 빠졌다는 것과 면요리에 밀가루가 아닌 실곤약을 먹는다는 건 확실히 식욕이 떨어지는 데 한몫하는 듯하다. 내 식욕과는 별개로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될 때, 술을 마실 때는 기름진 음식이나 과식을 피하기 힘들었다.


이 도전이 가장 아슬아슬했던 날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고기와 함께 소맥을 네댓 잔 먹고 자제력을 잃어 아이스크림을 퍼먹었을 때다. 몇 잔 더 먹었으면 술 먹고 자주 먹던 라면을 끓이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일주일 동안 내가 먹은 걸 정리해 보니, 정말 많이도 먹었다. 이렇게 먹고 체중이 줄기를 바라는 건 욕심인 것 같다. 더 안 쪘으면 다행이지. 그래도 나름 애썼는데 살이 안 빠졌으면 조금 속상할 것 같기는 하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체중계에 올라갔다.


와, 내 걱정과는 달리 지난주보다 몸무게가 0.3kg이 줄었다. 첫 주에 빠진 것까지 총 1kg이다. 체중은 많이 줄지 않았지만, 허리가 꽉 끼는 바지 하나를 매주 입어보는데 지난주보다 여유가 생겼다. 내 도전이 끝나는 날, 이 바지가 편안해지길 기대한다. 체중이 확실히 줄어드는 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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