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밥빵면떡 안 먹기 도전, 벌써 3주가 지났다. 나는 처음에 밥빵면떡을 안 먹는 게 목표였지 체중을 줄이는 걸 목표로 삼지 않았다. 그래서 술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갈비, 삼겹살, 돈가스도 먹었다. 양도 줄이지 않았다. 2주 동안 체중은 1kg이 줄어서 몸에 부기가 좀 빠진 정도에 그쳤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날마다 먹던 밥빵면떡을 3주간 안 먹었으니 내가 지금 그것들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 미칠 지경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것들을 애써 참은 건 일주일 정도였고 그 이후로는 밥빵면떡 없는 식사에 만족하고 적응했기 때문에 금단 현상 같은 것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배가 부른데도 습관적으로 먹을 것을 찾던 식탐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금은 배가 고파야 먹을 것을 찾으며 한 끼에 먹는 양도 줄어들었다.
<한 달간 밥빵면떡 안 먹기 3주 차 식단>
7월 10일 (월)
점심 :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네 놀러 갔다. 족발과 함께 하이볼을 마셨다. 친구가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와 진저 에일로 만들어 준 하이볼이 너무 맛있어서 석 잔이나 마셨다. 친구는 요즘 체중이 늘고 몸 여기저기에 염증이 생겨서 움직이기가 힘들고 그래서 더 살이 찌는 악순환 속에 살고 있다고 한다. 친구에게도 밥빵면떡을 끊어볼 것을 권했다.
저녁 :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아이들만 먹으라고 하고 나는 검정콩으로 만든 콩국물과 사과 반쪽을 먹었다.
7월 11일 (화)
점심 : 비도 오고 혼자 있고, 이런 날은 라면 먹기 딱 좋은 날이다. 싱크대 서랍에 모아둔 라면수프로 국물을 만들어 콩나물, 실곤약, 미역, 계란을 넣고 끓였다. 라면을 먹는 기분이었다. 얼큰한 국물맛, 하, 좋다! 사과 반쪽으로 마무리.
저녁 : 오늘 초복이라고 아이들이 치킨을 부르짖었다. 잘 먹는 삼 남매에게 치킨을 두 마리 시켜줬다. 나와 남편을 위해서는 전복을 넣은 삼계탕을 만들었다.
7월 12일 (수)
점심 : 사무실 출근하는 날. 점심을 먹는 대신 산책을 하며 새소리와 내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꼬르륵 소리도 두어 번 들었지만 딱히 뭘 먹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일을 하다 보니 배고픔이 사라졌다. 1일 1식을 몇 달 해본 적이 있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으면 오후에 허기지지만 아예 안 먹으면 오히려 편안하다.
저녁 : 기름기 없는 돼지고기 뒷다리살과 콩나물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라소스를 넣고 볶았다. 새송이버섯을 버터에 굽고 그 위에 치즈를 녹인 요리가 막내딸 학교 급식으로 나왔는데 맛있었다고 해서 만들어봤다. 이 두 가지 요리에 밥 대신 콩국물을 한 잔 마셨다.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었다.
7월 13일 (목)
점심 : 냉장고를 열어보니 초복날 끓인 삼계탕이 남아있다. 뼈를 발라내고 채소와 함께 끓였다. 매콤한 게 당겨서 닭고기를 스리라차 소스에 찍어먹었다. 수박도 먹었다.
저녁 :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라탕을 끓였다. 마라탕 국물과 푸주, 채소에 실곤약을 넣고 먹었다. 집에 있던 실곤약을 다 먹어 30개를 새로 주문했다. 한 달 도전이 끝나도 한동안은 밀가루 면 대신 실곤약을 먹을 생각이다. 하이볼도 한 잔 마셨다.
7월 14일 (금)
점심 : 시간이 없어 실곤약과 계란을 내가 직접 만든 맛간장만 넣고 대충 볶았다.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약간 잡채 먹는 느낌. 복숭아맛 요구르트를 디저트로 먹었다.
저녁 : 외출에서 돌아오며 아이들을 곱창집으로 불렀다. 곱창볶음과 막창구이를 상추에 싸 먹었다. 오늘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라 케이크를 샀다. 낮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초코맛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너무 잘 들어갔다.
7월 15일 (토)
점심 : 남편이 파스타를 만들었다. 남편과 아이들은 파스타를 먹었고, 나는 실곤약을 이용해서 뭘 좀 만들어 먹을까 하다가 귀찮아서 콩국물 한잔과 수박, 파스타에 넣고 남은 베이컨을 조금 먹었다.
저녁 : 차돌된장찌개, 새송이버섯에 모차렐라 치즈, 어묵채소볶음을 먹었다. 이 음식들을 양배추에 싸서 먹었다. 찌개가 너무 짰는지 입안이 텁텁해 수박을 많이 먹었다.
야식 : 저녁을 안 먹은 남편이 열 시가 다 된 시간에 야식을 만들어 함께 먹었다. 양배추와 계란을 부쳐 가쓰오부시와 마요네즈, 데리야끼 소스를 뿌렸다. 위스키 한잔과 맛있게 먹었다.
7월 16일 (일)
점심 : 어제 먹은 야식 때문에 얼굴이 부어 점심을 건너뛸까 했지만 남편이 만든 냉면이 너무 맛있어 보였다. 나는 면 대신 실곤약에 냉면 재료들을 넣어 먹었다. 진짜 냉면 먹는 것과 똑같은 맛이었다.
저녁 : 삶은 돼지고기고기, 김치, 상추, 오이를 먹었다. 밥빵면떡을 안 먹으면서 단백질과 채소를 골고루 먹으려고 애쓰다 보니 가족들한테도 건강한 식단을 챙겨주게 된다.
이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17일 아침에 잰 체중은 50.3kg이다. 처음 2주 동안 1kg 빠졌고 3주 차에 0.8kg이 빠졌다. 3주간 총 1.8kg이 빠졌다. 3주 차에는 1,2주 차에 비해 식욕이 많이 줄었는데, 정제 탄수화물을 안 먹는 것은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평소 면요리를 좋아해서 라면, 파스타, 국수 등 간단한 면요리로 식사를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떡볶이도 좋아하고, 빵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쿠키나 케이크 같은 디저트를 자주 먹었다. 3주간 밥빵면떡을 안 먹으면서 매끼 단백질과 채소류, 적당한 지방을 골고루 챙겨 먹으려고 노력했다. 살이 찐다는 건 결국 내가 얼마나 먹느냐 보다 뭘 먹느냐의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