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밥빵면떡 안 먹기 도전을 시작한 지 4주가 지났다. 지난 4주간 내가 가장 많이 먹은 건 실곤약이다. 구약감자라는 식물로 만든 곤약은 주성분이 수분과 식이섬유로 이루어져 있어 칼로리는 낮으면서 포만감을 준다.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혈관, 당뇨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곤약은 쌀이나 면, 묵 같은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데 나는 면 형태로 길게 만들어진 실곤약을 좋아한다. 내가 먹고 있는 실곤약 200g 한 봉지의 칼로리는 30kcal다.
<밥빵면떡 안 먹기 도전 4주 차 식단>
7월 17일 (월) 50.3kg
점심 : 실곤약, 절인 오인, 상추, 계란에 들기름을 뿌리고 비빔냉면장으로 비벼 먹었다. 딱 비빔냉면 맛이다. 실곤약을 이렇게 익히지 않고 먹을 때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쳤다 헹구는 게 좋다. 보존제에 담겨 유통되기 때문에 나는 특유의 냄새가 사라진다.
간식 : 율무차, 수박
저녁 : 실곤약, 숙주나물, 돼지내장, 마늘을 마라소스와 간장으로 볶았다. 냉동실을 뒤져보니 언젠가 사놓은 삶은 돼지내장이 있어 사용했다. 되도록 냉장고 속 재료들을 이용해 요리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7월 18일 (화) 50.0kg
아침 : 원래 아침은 커피 한잔으로 때우는데 오늘 아침에는 배가 고파서 에너지바(집안에 굴러다니던 것) 하나와 커피를 마셨다.
점심 : 미트볼(3분 미트볼)과 토마토소스, 가지, 마늘 그리고 실곤약을 넣은 파스타. 치즈를 갈아 올렸다.
저녁 : 닭백숙, 감자, 총각김치, 오징어김치전 약간
7월 19일 (수) 50.2kg
점심 :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 점심을 먹지 않고 산책로 안 정자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글을 썼다. 뱃속도 쉬고 마음도 쉬는 시간이었다.
저녁 : 둘째 딸이 마늘족발을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불족발이 당겼다. 세 가지 맛 족발 세트를 시켰다. 족발을 상추와 쌈무에 싸서 맛있게 먹었다. 불족발이 너무 매워서 입안이 얼얼해 율무차를 한 잔 마셨다.
7월 20일 (목)49.9kg
드디어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다!
점심 : 두부를들기름에 구웠다. 돼지고기 뒷다리살과 김치를 볶았다. 상추와 함께 먹었다. 간식이 당길 때 먹으려고 곤약젤리를 주문했는데 칼로리는 6kcal로 매우 낮지만, 너무 달고 첨가물이 많이 들어서 별로다. 아이들이 잘 먹는다.
저녁 : 오징어볶음을 만들었다. 매콤한 고추장을 이용해 볶은 오징어와 양배추 그리고 실곤약을 입에 넣는 순간, 와~오징어볶음 소면 먹는 느낌! 많은 듯했는데 싹싹 비웠다.
7월 21일 (금)49.7kg
점심 : 친구를 만나기 위해 친구가 다니는 회사 앞으로 갔다. 덮밥과 초밥을 파는 곳이었는데 나는 샐러드를 시켰다. 왜 밥을 안 먹느냐는 친구의 말에 아침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밥 생각이 없다고 둘러댔다. 나 보다 체격이 훨씬 큰 친구 앞에서 다이어트한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저녁 : 삼겹살, 두부, 김치, 상추, 옥수수. 점심을 가볍게 먹어서 저녁을 든든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딸이 외출에서 돌아와 삼겹살을 거의 다 뺏어먹었다.
야식 : "치맥 콜?" 밤 아홉 시쯤 남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건, 오늘 하루 종일 먹은 양이 적었고 날씨가 너무너무 더웠기 때문인 것 같다. 치킨과함께 500ml 캔맥주를 세 캔정도 마셨다. 맥주가 쫙쫙 들어갔다.
7월 22일 (토) 50.2kg
앗, 치맥을 먹고 다시 올라간 몸무게... 너는 참 솔직하구나!
점심 : 아버님 생신이라 시댁 근처에서 돼지갈비를 먹었다.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윤기가 좔좔 흐르는 돌솥밥과 김치찌개다. 내가 돌솥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자 시부모님이 정말 맛있다며 자꾸만 권하신다. 남편도 (유난 떨지 말고) 조금만 먹어보라며 밥을 퍼서 내 앞에 놓는다. 분위기상 먹을 수밖에 없었고 한 숟가락만 먹으려다 세 숟가락을 먹었다. 한 달간 밥빵면떡 안 먹기 도전의 성공을 사흘 앞두고 실패했다.
저녁 :저녁을 안 먹으려고 했는데 남편이 오꼬나미야끼를 만들어 어제 남은 맥주 한 캔을 마저 마시자고 나를 꼬였다. 먹기 싫은 마음과 달리 꿀맛이었다.
7월 23일 (일) 50.5kg
몸이 붓고 몸무게가 더 올라갔다! 음주 여파다. 어제 밥을 세 숟가락 먹었으니 한 달간 밥빵면떡 안 먹기 도전은 실패지만 원래 한 달이 되는 날인 25일에서 5일 더해 30일까지 며칠 더 하는 것을 벌칙(?)으로 이 도전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점심 : 토마토, 계란, 명태회무침, 무 초절임, 냉면육수로 만든 실곤약냉면
저녁 : 몸무게가 지난주보다 늘어난 게 마음에 걸려서 방울토마토로 저녁을 때웠다. 그러고는 남편과 <미션 임파서블>을 보러 극장에 가서 팝콘 큰 사이즈를 사서 와구와구 씹어 먹었다. 으이그, 이럴 거면 저녁을 먹지!
이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잰 몸무게는 49.9kg이다. 와, 다행이다. 지난주에 50.3kg에서 0.4kg이 빠지고 몸무게 앞자리가 달라졌다! 4주간 총 2.2kg이 빠졌다. 몸무게가 중간에 49.7kg까지 내려갔다가 치맥을 먹고는 다시 올라갔다. 치맥을 먹은 금요일 이후로 몸이 붓고 변비에 걸렸는데 아직까지 몸에 부기가 다 빠지지 않은 느낌이다. 체중 감량을 결심했다면 술부터 멀리해야 한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시면 잠을 설치는 편인데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도 몸을 붓게 만드는 원인이다.
누구나 다 먹는 밥빵면떡을 안 먹는다는 건 내 의지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 친구나 가족들과의 모임에서 함께 식사를 할 때 누구나 먹는 음식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사람들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한 달간 밥빵면떡을 먹지 않겠다는 건 인간관계를 어느 정도 접을 결심을 해야 하는 일이다.
2,30대의 나는 급했다. 소개팅이 잡혀서, 결혼식이 한 달 남아서, 오랜만에 동창 모임이라서 급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급격하게 먹는 양을 줄여 다이어트에 성공했으나 곧 요요가 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라졌던 살은 그 목적이 사라지면 다시 돌아왔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식단을 바꾸고 살을 뺀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에서 안 좋은 것들을 계속 줄여 나가고 그 자리를 건강한 음식으로 채운다면 굳이 다이어트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살은 빠진다. 이 도전이 끝나고 나서도 밀가루 면을 실곤약으로 대체한 요리를 해 먹으면서 즐겁게 체중을 유지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