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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l 26. 2023

중학생이 내 앞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여덟 시쯤 막내딸과 운동을 하러 나간다. 우리 집 에는 작은 2층 주택 크기의 어린이도서관이 있다. 그 앞에는 세 가지 종류의 운동기구와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정자, 벤치, 꽃과 나무가 있는 아담한 공원이 있다. 딸은 날마다 거기서 줄넘기 500개를 하기로 나와 약속했다. 나는 공원 둘레를 빙빙 돌기도 하고, 운동이 되는 건지 알 수 없는 운동기구에 몸을 싣고 열심히 흔들어댄다.


"엄마, 300개만 하면 안 돼?"

"안돼."

"그럼 400개?"

"안돼. 최하가 500개야."

"아앙~ 나 오늘은 하기 싫단 말이야."

"의사 선생님이 너 키 크려면 줄넘기 많이 하라고 하셨잖아. 키 크기 싫어?"

딸은 또래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다. 키는 크고 싶지만 운동은 하기 싫은 딸은 날마다 그렇게 줄넘기를 하나라도 덜 하고 싶어 나와 실랑이를 벌인다.


"엄마 미워."

딸이 운동기구 위에서 몸을 흔드는 내 곁을 떠나 가로등에서 멀리 떨어진 으슥한 곳으로 달려갔다.

"이쪽으로 와."

"싫어. 나 여기서 할 거야."

할 수 없이 내가 딸이 있는 쪽으로 갔다. 그쪽에는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벤치가 있다. 딸은 어둠 속에서 줄넘기를 하다가 내가 다가가 벤치에 앉자 운동기구가 있는 환한 쪽으로 다시 가버렸다.


한번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니 일어나기가 싫었다. 딸을 가끔 살피면서 휴대폰을 보고 앉아 있는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다가왔다. 여자 아이 둘에, 남자아이 하나였다. 교복을 보니 내가 아는 학교가 아니다. 아이들이 내가 앉은 맞은편에 앉았다. 주고받는 말속에 비속어가 대부분이다. 앞에 누가 앉아있건 말건 거침없는 말투다. 마치 내가 투명 인간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몇 분 정도 비속어 섞인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리더니 남자아이가 말했다.

"나 저기 잠깐 갔다 올게."

"응. 담배는 주고 가."

여자아이가 말했다. 헉, 여기서 담배를 피우려고 하는 거야? 깜짝 놀란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딸이 겨우겨우 줄넘기 500개를 마치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나는 아까 본 아이들을 계속 생각했다. 으슥한 건물 주변, 다른 공원 근처 어두운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보인다. 혹시 학원에 가서 아직 안 돌아온 고2 아들이 아닐까 살펴보게 된다. 집에 들어갔더니 아들이 학원에서 돌아와 씻고 있었다. 아들이 빨래통에 벗어놓은 옷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다행히 시큰한 땀냄새만 난다.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은 고등학교 때 처음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려 선생님께 매를 맞기도 했다고 한다. 남편한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만약 내 아들이 담배를 피운다면? 충격을 받아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담배를 피워도 학교에서는 체벌, 기합, 정신적으로 야단을 치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최근에 어떤 중학생이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교사에게 걸렸고, 교사는 보건소에 금연구역 흡연으로 신고, 학생에게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됐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를 더 찾아보니 이 문제는 몇 해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경각심을 주려는 목적으로 효과가 있을 거라는 의견과 학교가 교육을 포기한 처사라는 의견이다.


그 아이들이 왜 담배를 피우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입시 위주의 교육,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부모, 갈 곳 없는 아이들... 담배를 비롯한 유해한 것들로부터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아이들에게 내가 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이고, 공부만을 강요하지 않고 즐거운 경험을 나누며 대화를 많이 하는 엄마가 되기로 굳게 다짐합니다!!
(종종 잊어버려서 크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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