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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Oct 18. 2023

고딩 아들이 방구석에 감춰둔 비밀


", 이게 다 뭐야?"

고2 아들방 옷장 서랍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휴, 이것 때문에 옷장 문을 열지 못하게 한 거였나...




"엄마, 학교에서 횡성으로 1박 2일 별 보러 가는데 신청해도 돼요? 생기부에 들어간대요."

생기부? 성적도 잘 안 챙기는 놈이 생기부를? 학원 째고 놀러 가고 싶은 거잖아,라는 마음의 소리를 겨우 참았다. 며칠 전에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쿨하게 보내줘? 학원을 이틀이나 빠지면 돈이 얼마야? 난 그 사이에서 잠시 갈등했다.

"학원은 미리 말씀드리고 나중에 보충수업받으면 돼요."

내 마음을 읽은 아들의 말을 듣고 캠프행을 허락했다.


캠프 전날, 밤에 산에서 입을 패딩점퍼를 찾아 주려고 아들 방에 들어갔는데 내가 옷장 문을 여는 걸 꺼리는 눈치였다.

"엄마, 제가 알아서 챙겨갈게요."

언짢은 기분 반, 홀가분한 기분 반으로 '그럼 알아서 챙겨 가'라고 했다.


아들은 오늘(10월 13일) 학교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캠프를 간다. 아들이 등교한 뒤 아들방 이불빨래도 하고 방구석에 감춰둔 쓰레기들도 찾아서 치우려고 들어갔다. 이불을 걷어 세탁기에 넣고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옷가지들과 쓰레기를 치웠다. 언젠가 책장과 빈 옷장 서랍에도 쓰레기를 넣는 걸 보았던 게 생각나 문을 열었다.


"헉, 이게 다 뭐야?"

작은 서랍 가득 아들의 비밀이 숨어있었다.


아들의 비밀


시험기간 동안 피곤하지 말라고 홍삼도 먹였는데, 몸에 안 좋은 고카페인 음료를 이렇게나 많이 마시다니 약간의 배신감이 든다. 전에 먹는걸 한번 보고는 사 먹지 말라고 했던 음료다.


휴, 도대체 이 많은걸 언제 다 먹은 거야? 아들한테 이 얘기를 해야 할까? 왜 방을 뒤졌냐고 화를 내지는 않을까?


한편으로는 잠을 쫓기 위해 노력한 걸 보니 아들도 성적 때문에 고민이 많은가 보다 싶었다. 아들은 이번 시험을 잘 봤다고 하면서도 좋아하지 못했다. 자신이 잘 봤으면 다른 친구들도 잘 봤을 것이고, 중요한 건 등급이니까.


"네 아들은 몇 등급이야?"

얼마 전 만난 친구의 질문에 나는 부끄러워했다.


아이한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면서 '나중에 엄마처럼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라' 딱 그 마음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때는 영재가 아닐까 설렜던 내 아들이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인서울 대학에 가길 바란다.

"네 아들 어느 대학 들어갔어?"

그런 질문을 받으면 당당하게 대답하고 싶었다. 나는 아들의 입시가 내 인생 성적표인 것만 같아 불안해하고 있다. 아이가 내 불안함을 모를 리 없다. 내가 아이한테 그 음료를 먹인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아들이 캠프에서 돌아오면 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고카페인 음료는 100ml당 15mg 이상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다. 이 음료 1~2캔을 마실 경우 청소년의 하루 카페인 권장량을 넘어서게 된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성장 발육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불면증, 두통, 혈압 상승 등의 부작용까지 겪을 수 있다. 카페인은 중독성이 강하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고카페인 음료가 유행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편의점에 고카페인 음료 과다섭취 주의 문구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주의 문구가 과연 도움이 될까? 술이나 담배처럼 미성년자 판매를 금지했으면 좋겠다. 원래는 별처럼 반짝였을 아이들의 눈빛이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좀비처럼 학원가를 떠돌며 변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밤늦게 아들이 카톡으로 횡성의 별사진을 보내왔다.

눈으로는 잘 보이는데 사진에는 잘 안 찍혀요.

네 눈에 가득 담아와.


횡성 천문대에서 아들이 보내준 사진


오늘 밤엔 아들의 눈빛이 반짝반짝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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