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 소고기 맛집을 검색했다

by 윤아람


"우리 소고기 먹으러 가자. 지난번에 지윤이가 두 번째로 맛있다고 한 식당 있잖아."

그날은 언니의 생일이었다.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 서양 요리에 쪽파, 갈비, 순대 같은 한식 재료를 넣는 퓨전식당을 갔다. 우리는 쪽파를 얹은 보리 리조토, 순대 전골 느낌의 파스타, 갈비 솥밥 그리고 내 막내딸이 지금껏 먹어본 소고기 중 두 번째로 맛있다고 한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날따라 내비게이션이 낯선 길로 안내했다.

"아, 저 앞에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앞쪽에 적색등이 켜지며 차들이 멈추기 시작했을 때 언니는 우측으로 천천히 끼어들었다. 언니가 차선 하나를 옮기고, 또 하나를 옮기기 위해 끼어드는 순간 뭔가 와서 차 모서리를 박고 저만큼 앞으로 튕겨나가 섰다. 그건 의심의 여지없이 자동차다.


"뭐야? 분명 뒤에 차 없었는데?"

언니도, 나도 너무 놀라 멍하니 앉아있었다. 앞쪽 승용차 운전석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 언니 쪽으로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잘 좀 보고 들어오시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못 피했네."


차를 갓길로 옮기고 사고 접수를 했다. 그 남자의 차 옆구리와 언니 차의 우측 앞 모서리가 부딪쳐 긁혔다. 다행히 양쪽 다 다친 사람은 없는 듯했다. 근처에 있던 보험사 직원이 와서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이런 경우 언니의 과실이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정체된 상태에서 두 개의 차선을 연달이 끼어드는 경우.


"왜 하필 지금 사고가 나냐고? 그 똥차 끌고 다니던 십몇 년 동안 한 번도 안 나던 사고가!"

언니는 두어 달 전에 새 차를 뽑았다. 앞쪽이 살짝 긁혔을 뿐이지만 수리비가 만만치 않게 나올 외제차다.

"생일 빵인가? 아무도 안 다친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며칠 뒤, 상대편 운전자가 차량 수리만 하는 조건으로 언니의 과실을 100%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고 후에 여기저기 아프다며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하는 경우, 과실이 높은 쪽의 보험료가 많이 할증된다고 한다.


상대측 차 수리비가 100만 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고 한다. 언니는 보험료 할증기준인 200만 원을 넘기지 않겠다며 차를 원센터에 맡기지 않고 아는 사람의 수리점에 맡겼다. 센터에 맡기면 앞쪽 부속을 교체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몇백만 원의 수리비가 예상되는데 수리점에 맡겨 칠이 벗겨진 곳만 덧칠하면 몇십만 원이면 된다는 것이다.


사고 처리가 완료되고 나자 마음이 여유로워진 언니가 말했다.

"우리 사고 나서 고생했으니까 소고기 먹으러 가자. 이번엔 한우 먹자. 맛집 알아봐."

"그럴까? 나 한우보다 더 먹고 싶은 거 있어."

언니의 말에 난 기다렸다는 듯 내가 먹고 싶었던 소고기 요리, 규가츠 맛집을 검색했다.


"광화문 가자."

광화문에 있는 규가츠 맛집 <후라토 식당>을 예약했다. 딸들을 데리고 예약시간보다 일찍 광화문으로 갔다. 경복궁역에 내려 역 안에 전시 중인 미디어아트를 구경했다.


경복궁역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광화문 광장이 나온다. 광화문 광장에는 휴일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바닥 분수 사이를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산책을 하는 연인들, 길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니어 밴드를 구경하는 사람들. 그 사이를 한참 돌아다니다가 광장 지하로 내려갔다. 십 년 전쯤 한번 와봤던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기념관을 구경했다. 예전보다 더 넓어지고 전시물도 많아진 것 같다.



내가 예약한 식당은 광화문역 1번 출구 바로 앞이었다. 이곳은 지난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베토벤>을 보고 박효신의 퇴근길을 기다렸던 장소다. 그날의 설렘이 떠올라 잠시 행복했다.


식당 앞에는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 여러 명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뭔가 뿌듯한 마음으로 바로 자리를 안내받아 들어갔다. 규가츠는 소고기를 돈가스처럼 튀긴 요리로 겉만 살짝 익을 정도로 튀겨 썰기 때문에 단면은 익지 않은 상태로 나온다. 작은 화로를 앞에 두고 앞뒤로 살짝 익혀 먹는다. 화력이 세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익는데, 초3 딸의 먹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고기가 입안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사라졌다.


"맛있었어?"

"응, 내가 먹어본 소고기 중 두 번째로 맛있었어."

딸한테 첫 번째로 맛있었던 소고기는 작년 내 생일에 남편이 집에서 구워준 소고기다. 숙성 한우의 고급 부위였는데 양이 적어 아쉽게 먹었다. 그 후로 먹는 소고기는 늘 두 번째로 맛있단다. 음식도, 사람 간의 만남처럼 아쉬움이 남아야 아름답게 기억되나 보다.



오랜만에 광화문을 가보니 내가 몰랐던 박물관, 전시장 등 아이와 갈만한 곳이 많다. 나는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7살부터 서울에 살았다. 거의 40년을 서울 사람으로 살면서도 서울에 관심이 없었다. 초3 막내딸과 서울을 여행하고 싶어졌다. 때마침 가을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