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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Oct 17. 2023

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 마감 일주일 전


며칠 전부터 배는 안고픈데 뭔가 자꾸 먹고 싶다. 먹고 싶은 게 채소나 과일 같은 건강한 음식이면 좋으련만 피자, 치킨, 떡볶이, 라면 같은 것들이다. 특별히 안 좋은 일도 없는데 자꾸만 화가 올라온다. 몸이 무겁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다.


내가 왜 이렇지?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 원래의 게으르고 무기력한 나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빼도 빼도 기어이 다시 쪄버리는 뱃살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믿고 싶었다.


오늘은 여섯 시 삼십 분에 울리는 알람을 꺼버리고 늦잠을 잤다. 7시에 등교하는 첫째, 7시 30분에 등교하는 둘째가 나가고 난 뒤 일어났다. 막내를 깨우고 다시 누우려고 했는데 내 기대와는 달리 아침밥을 먹겠다고 한다. 막내의 아침 최애 메뉴 당근볶음밥을 만들었다. 막내까지 등교를 하고 나면 여덟 시 사십 분.


잠옷을 입은 채로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어제 쓰던 글을 마저 써서 발행했다. 요즘 쓰는 글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꾸역꾸역 써서 발행 버튼을 누른다. 작가의 서랍에 담긴 글들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 글쓰기 중독에 걸린 것 같다고 떠든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 모양인 거냐.


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에 응모할 글을 퇴고한다고 댓글창도 막아놨었는데. 퇴고는 개뿔. 건들지도 못하고 있다.


아, 그거였어! 내가 요즘 뭔가 계속 먹어대고 짜증이 올라오는 이유. 방학 숙제, 특히 그림일기를 날씨만 적어놓은 채로 미뤄놨는데 개학이 내일모레로 다가온 심정. 


괜찮아.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어. 충분히 할 수 있어.


아니, 며칠 남았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글이 싹 다 쓰레기야.


그러니까 괜찮은 거지. 네 책을 만들기 위해 베어진 나무가 아깝지 않을 만한 글을 썼을 때 책을 내고 싶다면서? 그런데 그거 진심이야?


아니, 내준다는 출판사 있으면 당장 내지.


그냥 대충 해. 이번엔 어차피 열심히 해도 대상 못 받을 거야.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그럼  평생 못 받을 거야.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은 언제나 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니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즐겁게 써.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단지 너의 즐거움을 위한 글을 써. 처음의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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