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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Oct 08. 2023

<제3회 작은책 생활글 공모전> 10월 말까지 도전~

고 이오덕 선생의 글쓰기 교육 철학과 전태일 열사의 노동자 정신을 이어 온 <작은책>이 제3회 생활글 공모전을 꾸립니다. 작은책은 다양한 사람들이 쓴 살아가는 이야기, 일터 이야기가 실린 150페이지 정도의 책으로 다달이 발행되고 있어요.


저는 작년 가을에 집 근처 도서관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제2회 작은책 생활글 공모전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브런치에 발행했던 글감 하나를 골라 다시 써서 공모전에 보냈지요. 운이 좋아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제가 쓴 글 중에서 날개를 달만한 글을 찾아 응모할 생각입니다. 10월 31일 마감입니다. 브런치 글벗님들, 문턱이 높지 않으니 함께 도전해 봐요~


https://www.sbook.co.kr/notice?tpf=board/view&board_code=1&code=4118



제가 쓴 <제2회 작은책 생활글 공모전 장려상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제목 : 나를 돌봐주는 사람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금요일이었다. 평소처럼 오전 여섯 시에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여덟 시나 돼야 겨우 일어나는 아홉 살짜리 막내딸이 앉아 있었다.

"왜 벌써 일어났어?"

"엄마, 속이 안 좋아."

아이를 안아 보니 불덩이였다. 체온이 39도가 넘어 해열제를 먹였다. 집에 있던 코로나 검사 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음성이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아이 이야기를 하고 연차를 쓰겠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장염이 의심밤된다고 했다. 장염이면 2~3일이면 나을 것이니 월요일에는 출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밤새 고열로 힘들어했다. 해열제 두 종류를 번갈아 두 시간마다 먹여도 열이 39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아이를 둘이나 키운 내 경험으로 볼 때 이건 장염이 아닌 것 같았다.


다음 날 다시 병원에 갔다. 신속항원검사 결과, 코로나 진단을 받았다. 나와 남편, 첫째와 둘째 아이는 음성이었다. 직속 상사인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말했다. 차장이 내게 월요일에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해 보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다. 아이의 격리기간인 일주일 동안 출근을 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말하지 못했다. 내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확실히 증명될 월요일까지는 출근을 하지 말라고 했으니 일단 하루는 벌어두었다.


아이가 셋인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한 재작년부터 갑자기 출근을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아이들의 학교에서는 아이가 목이 조금만 따갑다고 해도 집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반이나 학원에 확진자가 나오면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다음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 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이하 자녀가 코로나로 확진되어 부모가 무급휴가를 쓸 경우 가족 돌봄 비용을 지원해 준다. 1일 5만 원, 근로자 1인당 최대 10일간 지원된다. 지원대상은 초등학교 2학년 이하 또는 만 8세 이하 자녀를 돌보기 위해 가족 돌봄 휴가를 사용한 근로자이다. 막내딸은 지금 초등학교 2학년으로 가족 돌봄 비용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무급휴가인지 유급휴가인지를 떠나 내가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불편해한다.


막내딸은 다음 날 밤에도 39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렸다.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계속 닦아 주었다. 아이가 덜덜 떨면서 말했다.

"엄마, 추워. 그만해. 나 좀 살려줘."

"미안해. 너 살리려고 이러는 거야."

아무리 아이 키우기에 경력자라 자부해도 아이의 고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런 순간엔 겁이 난다. 평소에 믿지도 않는 신께 기도를 했다.

'하느님, 제 아이를 지켜 주세요. 앞으로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3일째 밤이 되자 땀이 많이 나더니 다행히 열이 내렸다. 또 기도를 했다.

'하느님, 다른 가족들에겐 감염되지 않게 해 주시고, 저는 이 아이와 같이 걸리게 해 주세요.'

아이가 확진이 됐는데 회사에서 본인 확진이 아니면 출근해야 한다고 해 아이 혼자 놔두고 출근했다는 어느 맘카페의 글이 생각났다. 나도 코로나에 걸려야 마음 편하게 추석 전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아이를 격리시켜야 했지만 나는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월요일 아침에 둘째 딸이 목이 아프다고 했다. 딸과 함께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걸렸으면 하는 나는 안 걸리고 둘째가 코로나에 걸렸다. 회사에 둘째까지 코로나에 걸렸다고 연락했다. 내일 다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다. 둘째가 코로나에 걸린 것은 속상했지만, 막내를 두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을 하루 더 번 것에 마음이 놓였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니 목이 따갑다. 얼른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드디어 양성이 나왔다. 회사에 연락해 추석 전까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니 온몸이 쑤시고 어지럽다. 열이 38도가 넘었다. 다시 누워 버리고 싶었지만 약을 먹고 아이들 밥을 챙겼다. 둘째가 물었다.

"엄마는 괜찮아?"

"엄마는 너 다 나으면 아플 테니까 빨리 나아서 엄마 간호해."

둘째는 목이 아파 음식을 잘 삼키지 못했다. 부드러운 죽과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몇 가지 만들어 줬는데 거의 먹지 못했다.


며칠간 하지 못한 회사 업무가 밀려 있었다. 추석 연휴 전에 처리해야 했다. 아프다고 쉴틈이 없었다.


추석연휴 첫날이 됐다. 이제는 회사 업무도 없고 둘째가 아무 음식이나 잘 삼켰다. 나도 편하게 뻗어 버리리라 마음먹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아침밥을 차렸다. 밥을 먹고 나니 몸이 더 처졌다.

"엄마 좀 누울게."

"응, 이건 내가 치울 테니까 엄마는 한숨 자."

누우려다 생각해 보니 둘째가 어젯밤에 기침을 많이 했다. 방에 먼지가 많은 것 같다. 둘째 방만 치우고 누워야겠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를 돌렸다.


이제 누워볼까. 둘째 방보다 더 지저분한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심심한 막내가 오려놓은 종이들을 치우고 청소기를 돌렸다. 이제 누워볼까. 욕실 앞 꽉 찬 빨래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세탁기를 돌렸다. 이제 누워볼까. 아, 설거지만 하고 눕자. 설거지를 하고 돌아서 보니 막내가 빵을 먹고 있는데 바닥에 부스러기가 잔뜩 떨어져 있다. 다시 청소기를 돌렸다. 시계를 보니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다. 점심까지 먹고 눕기로 했다.


점심을 먹었다. 설거지를 했다. 건조기에서 건조가 끝났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세탁물을 꺼내 정리했다. 막내가 간식을 달라고 한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오전보다 몸이 가벼워졌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아파도 앓아누울 수 없는 내 몸 안에서 코로나가 발을 뻗지 못하고 도망갔나 보다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가족들 돌봄에 쉴틈이 없는 나를 돌봐 주는 사람은 없다는 게 서글프기도 했다.


추석날 아침에 늦잠을 잤다. 막내가 체온계를 들고 와서 내 체온을 쟀다.

"37.3도, 괜찮네."

둘째가 쟁반에 빵과 계란프라이, 약을 들고 들어왔다.

"엄마, 아침 먹고 약 먹어.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마."

아이들이 나를 돌봐주려는 모습이 예뻤다. 할 일을 쌓아두고 그냥 쉬었다.


저녁때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문 앞에 고기랑 반찬 두고 간다. 애들이랑 먹어. 약 잘 챙겨 먹고."

문 앞에 놓인 음식들과 홍삼액 상자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는 아직도 나를 돌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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