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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Oct 03. 2023

댓글이 무서워요


낯선 이름, 라이킷 없는 댓글 알림.


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가 있을 때 이런 알림은 십중팔구 악플이다. 클릭을 하려다 한 번 멈칫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 클릭해 내용을 확인한다. 역시나 기분 좋은 댓글은 아니다.


아직은 악플이라 할 만한 심한 댓글을 받아본 적은 없다. 내 글을 읽고 화가 난 듯한 분의 댓글은 몇 번 받아봤다. 그런 댓글을 받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얼마 전부터는 다음 메인에 걸릴 것이 예상되면 댓글창을 닫고 발행했다. 브런치에 일 년 정도 글을 쓰다 보니 감이 왔다. 이 글이, 이 제목이 다음 메인에 걸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내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방법)


며칠 전, 아들의 수학여행비 관련 글을 발행하면서 댓글창을 닫을까 하다가 궁금했다. 수학여행비 60만 원이 부담스러운 건 나만 그럴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댓글창을 열어두었다. 그렇게 능력이 없으면서 애는 왜 낳았느냐는 댓글이 달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정도쯤은 신경 안 쓰고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전에 글을 발행하고 외출했다가 오후에 들어와 브런치 알림을 확인했다. 내 예상대로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된 상태였고, 또 다른 예상대로 '왜 당연하다는 듯 지원을 바라냐, 그럴 거면 낳지 말든가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내 상상이 아닌 누군가 실제로 적은 그 문장을 보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뭐라고 답글을 달지? 삭제해 버릴까? 그런데 그다음 글을 보니 누군가 그 글에 대댓글을 달았다.


'그 아이들이 자라 결국엔 국가의 인력이 되고 납세자가 되니까요.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인 것도 거기에 기인하지요. 비출산 딩크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 같습니다만.'


와~ 멋지다! 난 마치 흑기사를 만난 듯 행복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온다. 정말 감사해요. 복 받으실 겁니다~


대부분의 댓글은 공감의 내용이었다. 다음날 아침 또 다른 댓글을 읽기 전까지 댓글 창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이번엔 내가 쓰지도 않은 군부대 얘기가 나왔다. 난 아이를 군대 체험장에 보내는 상상을 했다고 썼을 뿐인데, 군인들 관리도 힘든 판에 군대에서 왜 고등학생을 받겠냐며 따졌다. 글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내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내 글을 다시 읽고 그 댓글을 몇 번 읽고 나서 쿨한 척 답글을 남기고는 댓글창을 막아버렸다.


"엄마 글에 악플 달렸어? 악플 다는 사람들 다 부러워서 그런 거래."

언젠가 막내딸이 내게 그런 말을 했었고, 나는 모든 댓글을 다 쿨하게 받아넘길 마음의 준비가 돼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굳이 시간과 노력을 써가며 댓글을 남기지 않는다. 공감하지 않는데 댓글을 쓰는 건 내게 시비 걸고 싶은 사람들뿐이었고 난 그 시비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공개된 공간에 개인적인 글을 쓰면서 욕을 얻어먹는 게 잘하는 짓일까? 왜 이러고 있는 거지?


며칠뒤 글의 조회수가 떨어지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음, 구글 등 포털에 글이 노출되면 댓글창을 잠그는 게 맞는 것 같다. 안 좋은 생각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런 댓글에 신경 쓰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지 못할 것 같다. 솔직하게 쓸 수 없다면 쓰지 않는 게 낫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444


p.s.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끝날 때까지 댓글창 닫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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