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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Dec 18. 2023

결국 보러 갔다 서울의 봄 무대인사

정우성, 정해인 배우 가까이서 눈호강


비 오는 월요일 아침,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TV나 보며 뒹굴거리고 싶었다. TV를 트니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에 영화 <서울의 봄> 정우성 배우와 감독이 나왔다. 얼마 전에 서울의 봄 무대인사 티켓을 예매해 놓고 너무 멀어 친한 언니에게 보내줬다. 그 언니가 정우성과 사진을 찍었다며 좋아했다.

"어머, 언니 정말 좋았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멀더라도 내가 갔었야 했다고, 괜히 티켓을 줬다고 살짝 후회가 들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하나회'라는 세력이 육군참모총장을 강제 연행하고 군권을 장악한 9시간 동안의 군사반란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이 12월 11일이니 내일 그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켓을 예매하러 들어가 보니 이게 웬일? 지난주에 다 끝난 줄 알았던 무대인사 티켓이 또 오픈돼 있었다.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의 무대인사 일정이었다. 그중에 주인공인 황정민, 정우성 배우를 모두 만날 수 있는 건 12월 11일 오늘뿐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장소도 잠실이라 집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지만, 일단 고!


티켓을 두 장 예매해 놓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약속이 있다고 한다. 언니한테 말했더니 일이 바쁘다고 한다.

"언니야, 가자. 우리가 언제 또 정우성, 황정민 님을 실물 영접 하겠어?"


서울의 봄 출연 배우 정우성, 정해인, 이성민, 박훈, 박해준, 황정민


서울의 봄에는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 대부분 배우들이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들이었다. 오늘 무대인사를 온 정우성, 황정민, 정해인, 이성민, 박해준 외에 김성균, 안내상, 김의성, 정동환, 김성오 등 명품 배우들이 많이 출연해 그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영화이다.


내가 앉았던 뒷자리까지 올라와 준 정해인 배우


우리가 앉은자리는 뒤쪽이라 인사 온 배우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정해인 배우가 성큼성큼 뒤쪽으로 걸어와 관객들과 사진을 찍었는데, 우리 옆쪽 통로가 아니라서 함께 사진을 찍지 못했다. 정우성 배우는 우리 좌석 앞쪽에 앉은 관객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을 아쉽게 바라보기만 했다.


정우성 님과 사진 찍는 저분, 정말 부럽네요^^


배우들을 보며 설렜던 마음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영화가 시작됐다. 한 나라의 운명이 저렇게 이기적인 자들에 의해, 저렇게 허무하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보는 내내 짜증 나고 고구마 100개 먹은 기분이었다.


영화는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악에 맞서 싸우는 인물 이태신은 가상의 인물이다. 마블 영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그가 모두를 물리치고 승리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서울의 겨울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황정민 배우의 연기가 워낙 훌륭해서였을까.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전두광이라는 인물이 승리한 원인을 알 것도 같았다. 그는 집념이 강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밀고 나갔다. 선한 사람들이 악한 사람들을 이기는 방법은 그들보다 강해지는 거다. 그런데 세상은 악한 사람들이 더 강한 경우가, 아니면 강한 사람들이 더 악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정치는 똑똑한 분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영화 속 전두광 무리는 그 당시에는 승리했지만,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에 의해 그들은 다시 심판대 위에 올려졌다. 내가 아는 모든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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