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아람 Dec 04. 2023

친한 언니한테 정우성을 보내주고, 이동욱을 만났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면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게 유행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렇게 화가 난다는데, 굳이 화나는 영화를 봐야 할까 고민하면서도 궁금한 마음에 카드사 앱에 들어갔다. 나는 평소 사용하는 카드사 앱에서 영화표를 예매하면 할인을 받기 때문에 영화 티켓 사이트가 아닌 카드사 앱에서 예매를 한다.


<서울의 봄>을 선택하니 그냥 '서울의 봄'과 '[무대인사] 서울의 봄'이 있었다. 설레는 맘으로 [무대인사]를 선택했다. 서울에는 티켓이 모두 매진이라 경기도로 넘어가 봤더니 티켓이 딱 한 장 있었다. 앞에서 다섯째 줄 통로 옆자리라 무대인사 온 배우를 보기는 정말 좋은 자리였다. 경기도 영통, 여기가 어딘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예매!


경기도 영통은 수원 근처였는데 우리 집에서 멀어도 너무 멀었다. 정우성, 황정민 배우는 너무너무 보고 싶지만 지하철을 몇 번씩 갈아타야 했다. 취소하기는 아까워서 갈 수 있을만한 누군가를 떠올리려 애쓰다 보니 한 명이 떠올랐다. 최근에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우울해하는 친한 언니였다. 그 언니라면 집에서 많이 멀지 않으니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내가 정우성, 황정민을 보내줄 테니까 가서 힐링하고 와."


친한 언니가 보내 준 사진


언니는 정우성과 사진도 찍었다고 한다. 흐미, 부러워라!! 그렇게 나는 언니에게 정우성을 보내주고, 다른 영화를 예매했다. <싱글 인 서울> 이동욱, 임수정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였다. 이것도 [무대인사]리고 해서 예매를 했는데 그다지 재밌을 것 같지 않았다.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내용을 확인해 보니 주인공 여자의 직업이 편집장이고, 남자는 작가를 꿈꾸는 논술강사였다. 글 쓰는 일과 관련된 내용인 것 같아 보기로 결정했다. 극장도 집과 가까운 월드컵경기장이었고, 표를 두 장 살 수 있어 언니(친언니)와 함께 갔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배우 이동욱, 임수정, 이상이 외 두 분이 들어와 인사를 했다. 자리가 뒤쪽이라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검정티셔츠를 똑같이 입으니 배우라도 평범해 보인다고 생각하며 팝콘을 먹고 앉아있었다.

 

싱글인서울 배우 이상이, 지이수, 이동욱, 임수정과 감독


인사말을 마치고, 나는 절대 뽑힐 리 없는 추첨을 해서 선물을 나눠주고는 배우들이 통로를 통해 위쪽으로 걸어왔다. 어머, 이동욱이 내 앞으로 걸어오다니... 나는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그냥 그를 보면서 어색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그가 내 앞에서 뭔가를 쓱 내밀었다. 놀라서 받았는데, 캘린더와 연필이었다. 와, 어린애처럼 신이 났다.


이동욱 님한테 받은 선물


배우들이 나가고 영화가 시작됐다. 기분 좋게 보기 시작해서 그런지 여러 번 웃기도 하고 약간의 감동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출판사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흥미로웠다. 어느 시인의 북토크 행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주인공이 계속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시인에게 물었다. 시인은 글을 쓰는 게 사랑한 흔적을 남기는 일인 것 같다고 답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내가 사랑한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엄마, 나는 왜 안 데려갔어?"

오늘 일을 자랑하니 중3 딸이 섭섭해했다.

"넌 학원 가야 돼서..."

"저번에도 아빠랑만 가고!"

얼마 전에 남편과 영화 <잠>을 봤는데 그때도 이선균, 정유미 배우가 무대인사를 왔었다. 중3딸과 고2 아들은 이제 재미난 영화가 있으면 친구들과 보러 가려고 해서 같이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무대인사 티켓을 구해놓으면 나랑 같이 가 줄 것 같다. 겨울방학에 무슨 영화가 개봉되지? 오랜만에 아이들과 극장 데이트를 할 생각에 신이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나게 놀고 싶을 때 이 공연 추천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