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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Nov 08. 2023

신나게 놀고 싶을 때 이 공연 추천이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점심을 먹고 치운 지 얼마 안 된 시간에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이고 전기밥솥으로 한가득 밥을 했다. 방학이라 집에서 뒹굴거리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오후 다섯 시에 집을 나섰다. 날씨가 매우 뜨겁지만 마음은 상쾌하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아이들 없이 혼자 외출할 때 기분이 좋다.


나의 목적지는 대학로 홍익아트센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라는 제목도 매우 생소한 창작 뮤지컬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뮤지컬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거나 재밌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없었다. 약간의 모험심으로 티켓팅을 했다. 전에 없이 이런 선택을 한 가장 큰 이유는 1+1 행사를 해서였고, 후기들이 좋아서였다. 후기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별 기대 없이 공연을 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렸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씐나는 거야? 


<대략적인 줄거리>
가상의 조선시대가 배경이다. 고단한 삶을 시조 속에 담아 훌훌 털어버렸던 백성들은 역모사건으로 시조 활동이 금지되면서 힘들게 살아간다. 그런 백성들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숨어서 시조 짓기를 이어가는 모임 골빈당, 그들은 15년 만에 열린 시조자랑대회에서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자 한다. 


신선한 스토리, 국악과 힙합을 혼합한 음악과 배우들의 열정적인 목소리가 합쳐져 쉴 틈 없이 흥이 넘쳤다. 넘버가 쉽고 중독성이 있어서 공연이 끝날 때쯤에는 관객들도 모두 "오에오"를 외치는 마법 같은 일이 펼쳐졌다. 조용히 감상해야 하는 그동안의 대형 뮤지컬과 달리 모두 함께 멍석 깔아놓고 즐기는 국악 한마당 같은 느낌이 정말 좋았다.


집에 와서도 흥이 가라앉지 않아 유튜브로 공연 영상들을 찾아보고 넘버를 들었다. 주인공 단 역할을 맡은 양희준 배우를 검색해 보니 4년 전에 이 뮤지컬로 데뷔를 하고, 뮤지컬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받은 배우였다. 양희준 배우가 출연하는 다른 뮤지컬도 찾아보고 싶을 만큼 연기와 춤, 노래 모두 매력적이었다.


이 공연은 아이들과 한 번 더 보고 싶다. 지난번 <더맨얼라이브 초이스>가 아이들 몰래 봤던 공연이었다면,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공연이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배경은 가상의 조선이지만, 지난 역사 속에서 표현의 자유가 없던 시대는 분명하고도 길게 있었다.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거다. 이 자유를, 이 행복을 마음껏 누려야겠다. 오에오~♪



*지난여름(8월 3일)에 정말 재밌게 봤던 공연인데 후기를 쓰다 말았더라고요. 1년간 봤던 공연들을 떠올리다가 서랍에서 꺼내 발행합니다. 그때의 감동을 전달하기가 힘드네요. 미루지 말고 써야겠어요^^



https://youtu.be/I_X1OJJWJYY?si=b7NEANHom9WhPh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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