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사냥을 시작했다. 팔을 걷어붙이고 전자모기채를 손에 들었다. 다 죽었어!
탁 탁 타다닥.
밤새 내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파티를 즐겼던 놈들은 아침에도 내 곁을 떠나지 못했다. 내가 일주일 동안 날마다 술을 마신 건 몸속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여 모기를 취하게 하려는, 나한테조차 극비였던 전술이었다. 나는 취해서 꼼짝 못 하는 놈들부터 사냥했다.
천장을 둘러본다. 우리 집 전자모기채는 90도 각도로 꺾이게 되어있어 천장에 붙어있는 모기를 잡을 때도 거의 100% 성공률을 자랑한다. 키가 작은 내게는 플라스틱 의자가 필수다. 오른손에 전자 모기채를 쥐고 왼손에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집안을 돌아다닌다.
딱 봐서 날씬한 놈들은 '탁' 소리 한 번에 사망 선고를 내리고 쓰레기통으로 보내준다. 하지만 진하고 통통한 놈들은 그렇게 편하게 보내줄 수가 없다. '탁'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피가 타는 냄새... 나는 더 이상 타닥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을 때까지 버튼을 누른 손가락에서 힘을 빼지 않는다.
모기 사냥에 집중한 나머지 막내딸을 깨울 시간이 지나버렸다.
"왜 이제 깨워? 나 학교 안 갈래~"
"안 늦었어. 지금 일어나면 돼."
"몰라. 엄마 미워."
"너 어젯밤에 모기 안 물렸어?"
나는 미움의 화살을 모기한테 돌려본다.
"계속 윙윙거려서 못 잤어. 발가락 가려워 죽겠어."
"그래? 감히 우리 공주님 발가락을 물다니. 다 부숴버리겠어!"
딸의 발가락을 물었을 것이 틀림없는 놈을 잡았다.
'네 이놈, 밤새 내 딸의 피를 쪽쪽 빨아 마시며 즐겼으렷다. 너를 화형에 처한다!'
아이들의 피를 빨아먹은 놈들은 더 처절하게, 온몸이 바스러질 때까지 이를 악물고 복수한다. 쾌감이 절정에 달하고, 한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집안을 뒤진다.
어제 아침에 집안에서 모기 30마리를 잡았다. 저녁에 자기 전에 또 열댓 마리를 잡았는데도 밤새 윙윙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불을 켜고 찾아서 잡고 난 뒤 불을 끄고 누우면 어디선가 또 나타나 윙윙거렸다. 일어나기 귀찮아서 놈이 얼굴 쪽으로 다가왔을 때 내 뺨을 때렸다. 모기가 바스러져 손에 피가 묻었다. 으윽, 피를 닦기 위해 일어나야만 했다.
남편 머리에도 모기가 붙었다. 손으로 쳤다. 남편이 자다 놀라 짜증을 낸다.
"왜?"
"모기 잡았어."
사실 못 잡았다.
오늘 저녁에도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며 생각 없이 돌아다니는 애송이를 몇 마리 잡았다. 노련한 놈들은 어둠 속에 숨죽이고 집안의 불이 모두 꺼지기를 기다리고 있겠지.
밤이 다가온다.
놈들은 살기 위해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놈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 사람들은 살기 위해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의 첫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