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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Aug 19. 2022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나


골프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홀인원을 했으니 보험금을 청구해 달라는 전화가 왔다.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안내해 드렸는데 필수 제출서류 중 하나인 홀인원 증명서를 발급받는데 한 달이 걸린다고 한다. 홀인원을 하고 이미 몇백만 원을 썼으니 보험금 오백만 원을 당장 받길 원한다고 하신다. 다른 보험사는 바로 주는데 거기는 왜 그러냐고 화를 내신다. 필수 서류를 꼭 제출해 주셔야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말씀드려도 계속 타 보험사 이야기를 하시고 홀인원 당시 상황을 다 말씀하시며 같은 말 무한반복이 시작되었다. 일흔이 넘으신 사장님 친구분이시라 계속 받아 드리다가 필수 서류가 구비되지 않으면 보상팀에서 보험금 지급이 되지 않으니 기다려달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리고 긴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참아줬는데 나중에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내가 짜증을 냈다고 하셨다고 한다. 억울했다.


같은 일을 하는 친구를 만나 하소연을 했다. 친구의 하소연도 들어주고 헤어졌다. 맥주를  마신 탓에 웬만해선 가지 않는 지하철 화장실을 급하게 들어갔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더니...


3호선 대곡역 여자화장실에서



사람은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조약돌이다.
그 돌을 밟고 넘어서라.
그러면 산을 넘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화장실 문에 적힌 이 말을 보고 다른 마음이 되어 나왔다.


낮에 나를 괴롭힌 할아버지를 작은 조약돌이라 상상했다.

그리고 그 돌을 밟고 섰다.


나를 괴롭히는 모든 사람들, 상황들은 작은 조약돌일 뿐.

열심히 밟고 넘어가 산 정상에서 웃어주리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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