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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Aug 24. 2022

젊음도, 삶도 언젠가는  끝난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취득


등기우편을 하나 받았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재중'이라고 적힌 서류봉투였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열어 보았다. 급하게 찍은 사진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는 자격증을 보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한 것은 3년 전이었다. 당시 회사에 여직원이 네 명이었는데,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두 명으로 감원했다. 감원으로 퇴사한 두 명은 이 회사를 오래 다녔고 성실했다. 남은 두 명은 연봉이 그들보다 적고 멀티가 가능했다. 회사 입장에서 유리한 선택으로 남게 된 나는 언제 또 이런 상황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뭘 준비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노인복지가 미래 사회에 유망직종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나이까지 이만큼 무탈하게 살았으면 이제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포부도 살짝 있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당장 쓸 일이 없을 것 같고,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 보자!

직장 다니면서 자격증을 따기에 좋은 학점은행제를 이용했다. 학점은행제는 내가 시작하고 싶은 시점에 아무 때나 시작이 가능하고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수강을 할 수 있다. '학습플래너'라고 해서 자격증 따기까지 내가 들어야 할 수업에 대해 상담해 주고 수강신청 등을 도와주는 분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강의당 수강료가 조금 비싼 것 같아 나는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상담하고 진행하였다.


필수 10과목(실습 포함) 선택 7과목, 실습 160시간

사회복지사 2급은 기본 전문대졸  이상이어야 하지만, 고졸이라면 전문학사 과정을 같이 공부하면 된다.

전문대졸의 경우 17과목(필수 10과목, 선택 7과목)이수하면 되는데, 대학에서 이수한 과목 중에 겹치는 과목이 있다면 더 적은 과목을 들어도 된다.


나의 경우는 의상학과 졸업으로 겹치는 과목이 없어 17과목을 모두 수강해야 했다.  한 학기당 최대 8과목 수강이 가능하므로 최소 1년 반의 시간이 소요된다. 첫 학기에 7과목을 신청하고는 너무 힘들어서 그다음 학기부터는 여유 있게 학기당 4과목씩, 그것도 차시(학기당 5~6차시 개강됨)를 나누어 시험과 과제 제출 기간이 겹치지 않게 수강하며 2년 반의 기간 동안 전과목을 마쳤다. 동영상 수강은 점심시간을 이용하거나 출퇴근 이동 중에 모바일로 시청했고, 시험은 주말에, 과제는 업무가 한가할 때 짬짬이 작성해서 제출했다. 


성적 잘 받으려면 출석과 참여도가 중요하다!

60점 이상이면 수료가 가능하지만, 굳이 성적을 잘 받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출석. 강의 인정 날짜 안에 동영상 시청을 완료하고, 게시판 이용을 활발히 하여 참여도를 높이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시험은 학교에서 제공한 교안에서 거의 나오는데 오픈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았고(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있으면 도와서 할 수 있다.) 리포트 제출도 성의 있게만 작성하면 점수가 잘 나왔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학점인정 신청 필수!

과목을 수료한 후에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에 학습자 동록을 하고 학점인정 신청을 해야 한다. 학점 신청할 수 있는 달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할 수 있을 때 바로바로 해두는 것이 좋다.


전과목을 다 수강 완료한 후에 실습만 남았을 때, (실습은 전과목 다 수강해야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필수 전공과목 몇 과목 수강하면 가능하다) 160시간의 실습 시간 (하루 8시간까지만 인정하므로 최소 20일 소요됨)을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 80시간만 직접 현장 실습을 하고 80시간은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해도 된다는,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급하게 현장실습 신청을 했다. 다른 과목은 다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에서 수강하면 되는데 현장실습은 대학교로 서류를 제출하고 시간제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실습처는 학생이 직접 구해야 한다!

실습처는 실습 가능한 기관 명단을 받아서 직접 구해야 한다. 처음에 학교에서 연결해 주는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조금 당황했었다. 현장실습 과목 수강신청을 하고 나면 지정된 날짜 안에 실습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구해야 한다. 보통 많이 실습하는 곳이 지역아동센터, 재가노인센터, 주야간노인보호센터, 요양원 등이다. 코로나로 인해 80시간만 해도 된다고 급하게 실습 신청을 했는데 실습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게다가 나는 주말에 실습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원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다. 어렵게 날짜를 조율하여 구한 실습처가 코로나로 인해 외부인 출입 금지령이 내렸다며 취소 통보를 해오기도 했다.


진짜 어렵게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고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는 요양원에 실습 자리를 구했다.

내가 실습한 요양원은 상가 건물 한 층을 쓰는 소규모 요양원이었다. 어르신은 16~20명 정도 계셨다. 22년 5월 주말(토, 일요일)에 실습을 하러 갔다. 한 주를 가고 다음 주에 갔을 때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와 요양원이 코호트 격리가 되었다. 일주일 후에 다시 가서 실습을 계속했다. 타 학교에서 실습 나오신 분들과 이야기를 해 보니 학교마다 원하는 서류가 달랐다.(사진첨부 유무 등) 일정이 맞으면 실습지도교수가 실습기관을 방문하기도 한다.


현장실습 과목도 다른 과목들처럼 매주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출석 체크를 해야 하고 시험을 본다. 현장실습 완료 후 현장실습일지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고, 세 번의 오프라인 세미나에 참석해야 한다. 내가 했던 시점에는 코로나로 인해 세미나를 화상회의로 진행하였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사회복지사 협회에 신청한다!

실습이 끝나면 실습일지를 작성하고 실습기관의 날인을 받아 학교로 보낸다. 학교에서 확인 도장을 찍어 다시 집으로 보내준다. 학교에서 확인받은 사회복지현장실습확인서최종학력 졸업증명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등록된 성적증명서와 사회복지사 협회 홈페이지에서 발급 신청서를 작성한 후 사회복지사 협회로 등기우편을 보내고 수수료(1만 원)도 입금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받게 된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직장 다니면서 충분히 취득 가능한 자격증이다. 실습 나가서 보니 실습생 대부분이 4~50대 정도의 직장인이 많았다.




요양원 실습 첫날 만났던 한 할머니가  가끔 생각이 난다. 첫날이라 뭘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해서 멀뚱히 서 있다가 한 어르신에게 가서 말벗을 해 드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할머니는 천장만 멍하니 보고 계셨다. 대화는 조금 힘들 것 같아서 "다리 주물러 드릴까요?" 하고는 할머니의 다리로 손을 가져갔다가 깜짝 놀랐다. 살이 하나도 없었다. 뼈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 느낌에 깜짝 놀라 손을 떼고 말았다. 누워 계신 할머니가 자꾸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일으켜 달라는 몸짓이었다. 요양보호사께 여쭤보니 안된다고 했다.


잠시 후에 거실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할머니를 휠체어에 앉혀 모시고 나갔다. 앞으로 몸을 숙이려고 하시니 그러지 못하게 막고 있으라고 했다. 일어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앉아서도 자꾸만 손을 내미셨다. 일으켜 달라는 몸짓이었지만 안된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팔로 할머니를 막고 옆에 앉아 있었다.


일어나기를 포기한 듯한 할머니는 가만히 내 팔을 들여다보시다가 반소매 아래로 드러난 내 팔을 쓰다듬기 시작하셨다. 몇 번이고 계속 그렇게 하셨다. 마치 '너 참 곱구나'하고 말씀하시는 듯했다. 구십이 넘으신 할머니가 보시기에 곧 오십 인 나는 한창 젊은 나이의 여자였을 것이다.


다음 주에 요양원에 가니 코로나 확진자 다수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가 된 상태라 실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 실습을 가니 할머니의 침대는 비어 있었다.


'할머니~손 잡아 일으켜 드리지 못해 죄송했어요. 하늘나라에서는 자유롭게 뛰어다니세요~'


돌아가시기 직전의 할머니가 잠시나마 부러워했을 나의 젊음.

언젠가는 끝이 날 나의 삶.

요양원에서의 실습은 내 젊음과 건강한 삶의 소중함을 깨달은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나의 자격증을 본 남편이 말했다.

"이제 1급 도전해야지?"

"노~~~"

앞으로 자격증 취득은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만 하는 걸로.

더 이상 불필요한 자격증 취득에 나의 소중한 시간들을 쏟아붓고 싶지는 않다.


우리의 젊음도, 삶도 언젠가는 끝난다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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