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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May 03. 2024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골프 꿈나무

골프를 배운 지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내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와 '너무 피곤한데 오늘은 쉴까?'였다. 내 눈앞에 놓인 작은 공 하나를 쳐내기 위해 내가 해야만 하는 그 어색한 동작들, 왼팔을 곧게 편다든가 오른쪽 어깨에 힘을 뺀다든가 천천히 올라가서 빠르게 후려치라든가, 머리는 쉽다고 말하지만 몸은 자꾸만 그걸 거부했다.


한 가지를 기억하면 다른 걸 틀리고, 조금 감을 잡은 것 같은데 다시 해 보면 안 되고... 하루에 한 시간씩 연습하는데 실력이 늘기는 하는 건가, 남들은 다 쉽게 하는 것 같은데 난 왜 이 모양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낸 돈이 아까워서 날마다 나갔다.


코치님이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이런 말을 했다.

"회원님 중에 실력이 뒷걸음질 치는 것 같다고 말하는 분이 있어요. 하지만 처음을 생각해 보세요. 지금 많이 늘고 있는 겁니다. 꾸준히만 하세요."


생각해 보니 그렇다. 첫날은 채를 어떻게 잡는지도 몰랐는데, 지금은 잡고 휘두르기까지 하고 있지 않나. 공을 제대로 맞췄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도 느끼게 됐고, 거리도 조금씩 늘고 있다. 다만, 오늘 조금 늘었다고 해서 그게 내 실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면 내일은 더 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되는 날은 안 되는 이유를 찾아본다. 내가 발견한 가장 큰 이유는 집중력이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날은 공이 잘 안 맞는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건 '잠'인 것 같다.


최근에 어떤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가서 '왜 이렇게 안 끝나?'라는 마음이 든 적이 있다. 지금껏 공연을 보고 오면 글을 꼭 썼는데, 그날은 어떤 글도 쓰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공연이 그렇게 재미없는 공연은 아니었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날 밤 술을 마시고 잠을 깊이 자지 못했다. 내 몸이 피곤하니 공연에 집중을 못하고 지루할 수밖에. 뭘 하든 잠을 잘 자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레슨을 받고 난 직후에는 공이 잘 맞는다. '와, 나 실력 많이 늘었어.' 라며 들뜨는데, 다음 날 가서 해보면 그대로 안된다. 절망한다. 그래도 꾸준히만 하라는 코치님의 말을 기억하며 계속한다.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잘 된다. 다시 하면 또 안된다. 계속 안되다가 한 번 잘 된다. 또 안된다. 계속 안되다가 한 번 잘 된다....


안되다가 한번 잘되는 순간은 '운'이다. 그건 실력이 아니라 운이다. 그 운을 자꾸 만들려면 계속 연습해야 한다. 운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계속 잘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지금은 운이라 말하는 것이 실력이 되는 날까지, 파이팅!


한 달 사용한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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