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아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죽겠네."
요 며칠 내 입에서 이 말들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지 2주가 지났고, 나는 이러다 골병이 드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왼팔에 깁스를 했다고 생각하세요. 오른팔에 힘을 빼세요. 골프채 그렇게 무겁지 않아요. 힘 빼세요. 이 공 못 친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레슨은 1:1로 20분간 진행된다. 일주일에 2~3회 레슨을 받는다. 레슨이 없는 날은 혼자 연습을 한다. 혼자 할 때는 그래도 좀 되는 것 같은데, 코치가 보고 있으면 긴장이 돼서 더 안 되는 것 같다. 누군가 나만 쳐다보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고, 내 맘대로 안 되는 내 몸에 화가 나기도 한다.
내가 골프를 배울 결심을 한 건 남편의 권유 때문이었다. 어느 날 지인들과 골프를 치고 온 남편이 부부가 함께 골프를 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며 내게 골프를 배우라고 했다. 그때는 나까지 골프를 치는 건 우리 형편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을 했다. 그럴 돈이 있으면 아이들 학원을 하나라도 더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최근 나는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금전적인 준비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독립하고 난 뒤 남편과 둘만 남게 될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나는 그간 아이들의 취미생활을 위해 태권도, 피아노, 플라잉 요가, 댄스, 수영 등 많은 사교육을 시켰다. 그건 아이들이 나처럼 취미생활이라곤 모르는 재미없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고등학생 딸이 뭘 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안된다고 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왜 맨날 나만 안 해줘?"
"뭘 안 해줘? 너 그동안 플라잉요가, 수영, 피아노 또 뭐냐, 학원을 얼마나 다녔는데."
"그건 내가 다니고 싶어서 다닌 게 아니잖아."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아이들을 통해 뭘 원했던 건가 생각했다. 피아노, 플라잉 요가 등 내가 배우고 싶었던 모든 것들에 아이들을 보낼 게 아니라 내가 다녔어야 했나 보다. 난 더 이상 아이들이 원치 않는 사교육은 시키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 골프를 배워보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골프가 처음부터 너무 재미있었다던데, 나는 아직 큰 재미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단은 골프장과 친해지는 게 목표라서, 가기 싫은 날도 아이스커피 한잔을 사들고 간다. 조금 치다가 커피 마시면서 다른 사람들 치는 것도 구경하고, 운 좋게 공이 잘 맞았을 때 나는 청명한 '탁' 소리라도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또 열심히 치고 하면서 되도록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오늘은 자세가 많이 자연스러워졌다는 칭찬을 받았다. 처음에는 무거운 도낏자루처럼 느껴지던 골프채가 조금씩 가볍게 느껴진다. 앞날에 대한 걱정, 아이들에 대한 걱정, 어쩌면 난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으로 언제나 필요 이상의 힘을 주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